"배임죄 완화해 달라"…뿔난 재계, 여당과 경제 현안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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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죄 완화해 달라"…뿔난 재계, 여당과 경제 현안 논의

재계가 여당 지도부를 만나 배임죄 요건을 완화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정기국회 입법 논의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재계단체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배임죄 완화를 비롯해 대미 관세 대응, 상법 개정 등 재계에 민감한 의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8일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이언주 최고위원, 한정애 정책위의장 등 여당 지도부와 경제 현안 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재계와 여당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정책 관련 논의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회의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경제형벌 법안 추진이 이어지는 가운데서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재계에선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비롯해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지나친 '기업 옥죄기'가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여당은 경제단체를 만나며 '기업 달래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 회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우리 경제 성장세 둔화를 지적하며 새로운 전략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 회장은 "지난 5년간 연평균 2.7% 성장하던 경제가 이후 5년간 2.0%로 떨어졌고 올해는 0%대에 그칠 전망"이라며 "향후 5년간도 1%대 성장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민생경제 회복은 더디고 경제 체력은 약화됐으며 관세 충격과 수출 중심 성장의 한계까지 겹친 만큼 새로운 성장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기업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고록 시장에 안전장치와 보상을 제공하는게 핵심이라는 최 회장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이러한 문제 의식은 이재명 국민주권 정부의 핵심 과제인 공정 경제와도 맞닿아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재계와 분기 별로 만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배임죄 논의의 쟁점은 경영진의 의사결정 범위를 어디까지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을지다. 현행 법 조항이 추상적이어서 신사업 투자나 해외 진출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긴 손실까지 배임으로 기소되는 경우가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경제계는 경영상 판단 원칙 명문화, 손해 발생 요건 명확화, '이익을 취할 목적' 요건 강화 등을 요구하며 법적 기준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기업들이 직면한 굵직한 현안들이 테이블에 올랐다. 먼저 미국의 고율 관세와 MASGA(미국산업보조금법) 협상과 관련해 산업 전반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건의가 나왔다.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정부와 국회가 협상 과정에서 기업들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상법 개정과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재계는 최근 입법 조치들이 경영 활동과 노사 관계를 과도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며 보완 대책을 요구했다. 아울러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제약하는 각종 경제형벌 규정 역시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개정된 법 체계가 기업인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어, 혁신 투자나 고용 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에너지 전환 정책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RE100 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둘러싼 기업들의 건의가 이어졌다.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실제 현장에서 전력 인프라와 비용 부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세제 지원이나 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밖에도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경주 APEC 정상회의 준비와 관련해 국회 차원의 지원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간담회에선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미국 조지아주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300여 명이 이민 단속에 적발돼 구금된 사태와 관련한 대책에 대해서도 주요하게 논의됐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주말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근로자가 체포·구금됐으나 정부의 신속한 대응으로 사흘 만에 석방됐다"며 "재발 방지 대책과 비자 쿼터 확보 등 구조적 문제 해결에 민주당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간담회에는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주요 지역 상의 회장단과 삼성·SK·LG·포스코·한화·이마트·CJ 등 주요 기업 임원들이 참석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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