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우리 기업 중 가장 높은 인공지능(AI) 경쟁력을 보유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네이버와 LG가 각각 2, 3위로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상위권에 있는 우리 기업 모두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들에 비해선 한참 뒤처져 있어, 각사의 분발과 범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10일 국내 AI 특허와 논문 실적을 바탕으로 상위 191개 기업의 AI 경쟁력을 종합 평가해서 이러한 결과를 내놨다. 기업들의 AI 경쟁력을 기술력(특허 피인용), 특허 활동(특허 등록 수), 학술 활동(세계 3대 AI 학회 논문 등재 수), 연구 영향력(논문 인용 수), AI 기술 인력, AI 전공 인력 등 총 6개 부문을 바탕으로 지표화했다. 항목별로 1위인 기업의 수치를 100점으로 두고 나머지 기업들과 비교해 점수를 매겼다.
이 평가에서 삼성전자는 6개 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해 총 600점으로 종합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특허 등록 1079건, 특허 피인용 1347회, 논문 등재 59건, 논문 인용 315회, AI 기술 인력 5만872명, AI 전공 인력 2만8058명 등을 기록했다.
2위 네이버는 162.9점, 3위 LG는 155.9점이었다. 네이버는 논문 등재(25건)와 인용(247회) 등 학술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며 AI 연구 역량을 증명했고다. LG는 특허(등록 400건, 피인용 529회)와 논문(19건) 모두에서 탄탄한 경쟁력을 보였다. LG는 그룹 내 AI 연구를 총괄하는 LG AI연구원과 사업을 담당하는 LG전자의 역량을 합산해 평가했다.
그 뒤로는 크래프톤(42.5점), KT(42.2점), 쿠팡(38.8점), 현대차(30.1점), 삼성SDS(28.8점), SK텔레콤(19.7점), 스트라드비전(19.2점) 등이 10위권에 진입했다.
업종별 경쟁력에선, 제조업은 삼성전자, LG, 현대차 순이었고, 인터넷·플랫폼 업종은 네이버, 쿠팡이 선두권을 형성했다. 통신 3사는 KT, SK텔레콤에 비해 LG유플러스의 경쟁력이 떨어졌고 소프트웨어·IT 업종에선 삼성SDS, 딥오토, 스트라드비전이 앞서 있었다. 게임사 중에선 크래프톤 다음으로 엔씨소프트의 역량이 뛰어났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크게 떨어져 있다. 세계 3대 AI 학회 논문 등재 수로 비교한 결과, 알파벳이 820건으로 1위였고 이어 마이크로소프트(414건). 메타(385건), 아마존(273건) 등 미국 빅테크가 상위권을 석권했다. 이어 바이트댄스(249건), 알리바바그룹(235건), 텐센트(210건), 화웨이(198건) 등으로 중국 업체들이 포진했다. 우리 기업 중에선 삼성전자가 59건으로 12위에 자리했다. 네이버(25건)와 LG(19건)는 각각 30위와 40위로 50위권에 들며 미국, 중국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졌다. 3대 AI 학회 논문 인용 수도 삼성전자(39위), 네이버(47위) 등 2곳만 50위권에 들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