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이 고려아연이 회사 자금으로 경영권 방어를 의뢰한 혐의로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 사장, 이상목 액트 대표를 고발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주주총회 자문 계약을 왜곡한 무리한 주장이라며 전면 반박에 나섰다.
11일 고려아연은 영풍의 고발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앞서 주주총회 컨설팅 업체 자문 계약을 체결한 경위에 대해 당사 입장을 밝혔음에도 영풍은 일방적으로 왜곡된 주장을 반복하며 여론 호도를 위한 고발까지 감행하고 있다"며 "당사 명예를 의도적으로 실추하기 위한 행태로 판단돼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지난 3일 해당 계약에 대해 "업체가 제공하는 여러 서비스 중 주주총회 자문 관련 용역 계약을 체결했을 뿐"이라며 "고려아연 주주총회의 성공적인 운영과 소액주주 등을 위한 주주 친화적인 주주총회 안건 개발 관련 자문 서비스를 받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난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과 집중투표제 도입 등 주주 친화적인 안건으로 주주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영풍은 이날 오전 법무법인 케이엘파트너스를 통해 서울 용산경찰서에 최 회장과 박 사장, 이 대표를 상법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영풍은 최 회장과 박 사장이 회사 자금을 이용해 주주총회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고, 이 대표가 이를 수수했다고 주장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최 회장과 박 사장은 지난해 4월께 액트와 연간 4억원, 2년간 총 8억원 규모 자문 계약을 체결했다. 액트는 이 계약을 통해 고려아연 소액주주연대를 설립 및 운영하고 주주총회 의결권 위임장 수거와 전자위임장 시스템 운영, 우호 세력 확보 등을 진행했다.
영풍 측은 이 같은 행위가 상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상법 제634조의2 제1항은 회사의 이사나 경영진이 주주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회사의 자금으로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영풍 관계자는 "이 계약은 경영진 개인의 지위를 지키기 위한 수단일 뿐, 회사 전체의 이익과는 무관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대표가 이러한 계약을 맺고 고려아연으로부터 금전을 수령한 점을 문제 삼았다. 상법 제634조의2 제2항은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이익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영풍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상법 위반에 그치지 않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업무상 배임에도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회사의 자금을 경영권 방어라는 개인적 목적에 사용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다. 고발장에도 "고려아연의 자금은 회사와 주주의 공동이익을 위해 사용돼야 함에도 최 회장과 박 사장이 이를 사적으로 전용했다"며 "이는 명백히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영풍은 또 액트와 고려아연, KZ정밀(구 영풍정밀)이 자본시장법상 의결권대리행사권유 제도를 위반했다는 문제도 제기할 계획이다. 지난 2월 작성된 문건에 따르면 액트는 위임장 용지나 참고서류를 교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려아연과 영풍의 주총 안건을 두고 다수 주주와 접촉했고, 고려아연과 KZ정밀은 액트를 의결권 권유업무의 대리인으로 기재하지 않았다. 이는 자본시장법 제152조 위반에 해당하며, 금융당국의 정정 명령·권유 정지 등 제재와 함께 거짓 기재 시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