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심리에 각국 중앙은행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금 가격이 오르고 있다. 다만 각국 부양책이 나오면서 유동성이 풍부해진다면 전통 안전자산보다는 성장주 같은 위험자산이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대신증권은 이같은 배경에 금에 대해 다소 보수적 입장을 내비쳤다. 지난 8일(현지시간) 런던금시장협회(LBMA)에서 금 현물 가격은 장중 한때 온스당 3646.29달러(약 507만원)에 거래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금리 인하 기대감이 금 가격에 다시금 불을 지피고 있는 모양새다.
8월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BLS) 고용보고서는 이번에도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비농업 신규 고용은 전월 대비 2만2000명 증가에 그쳤고, 지난 6월 지표는 1만4000만명에서 1만3000명으로 전환됐다. 코로나19 팬데믹(사회적 대유행) 이후 첫 감소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하 기대를 키웠다. 파월 연준 의장도 잭슨홀 미팅을 두고 물가보다 고용에 더 많은 무게를 두겠다고 언급한 만큼 시장은 이미 9월 정책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나아가 추가 인하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분위기다.
이에 금 수요가 몰리면서 금 가격이 상승했다. 채권 보유 비중이 큰 각국 중앙은행들은 실질금리가 하락할 것을 대비해 무이자 자산인 금 보유 비중을 늘렸다. 지난 5월 이후 중국 정부가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및 신용대출을 통한 금 거래를 제한하면서 중국 개인투자자들의 수요가 위축됐지만 중앙은행들의 위험회피(헤지) 수요가 이를 상쇄한 것이다.
본격화할 부양책…위험자산 선호 기대감
정책금리 인하를 계기로 각국 부양책 본격화를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건설 경기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올해 가을 전국적인 주거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자금조달 비용인 금리가 낮아지는 시점에 맞춰 건설 경기를 일으키겠다는 심산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그간 거둬들인 관세를 소비 쿠폰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물론 연준의 총자산은 6조6000억달러 규모로 양적완화(QE)를 실행한 2020년 4월과 비교하면 유동성을 충분히 거둬들였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로 보면 여력이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GDP 대비 총자산 비율은 21.8%로 QE가 중단된 2022년 1분기 35.4% 대비 13.6%포인트 낮다. 이를 감안하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준이 돈을 푸는 양적완화로 전환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
유동성이 팽창하면 전통적인 안전자산보다는 성장주 같은 위험자산에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될 여지가 크다. 2020년 8월에도 유동성이 급격히 팽창하자 S&P500 지수는 이를 추종하며 달려갔고, 금 가격은 조정을 받았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장은 금이 헤지 수요 덕을 보지만 유동성 팽창이 본격화할 때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금이 비관적인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글로벌 유동성 지수를 2개월 후행하는 주식 자산에 집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