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100일간 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제 '허니문'이 사실상 종료되며 단기적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우세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기대감보다 '성과'가 요구되는 시점에 들어선 만큼 향후 주가 방향성은 상법·세법 개정에 기반한 불공정 거래행위의 사법 집행 및 법률 실효성, 산업 정책의 성과가 될 기업 실적 등에 달렸다는 평가다.

정해창·이경민 대신증권 전략가는 12일 '이재명 정부의 허니문 종료, 기대감은 현실이 될까' 보고서에서 "임기 초 100일은 정책 추진력의 골든 타임이다. 첫 단추는 잘 끼워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증시에서도 정책 기대가 가장 크게 형성되는 시점"이라며 "글로벌 증시 호조에 '코스피 5000' 정책 기대감이 상승 모멘텀으로 더해지며 코스피가 역사적 고점을 경신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날 진행된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기존 정책의 기조를 재확인하는 성격이 강했다"면서 "시장 기대 측면에서는 추가적인 모멘텀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주식시장에서는 대주주 양도소득세를 10억으로 인하하겠다는 세제개편안의 철회 여부가 관심으로 꼽혀왔는데, 이 대통령은 원칙적 과세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투자자들의 심리 위축 등을 고려해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정책 철회를 시사한 상태다.
보고서는 "산업정책 역시 기존 디테일을 정리한 수준이었다. 에너지에서는 '탈원전 회귀는 아니다'라는 실용적 믹스,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강화가 현실적 정책임을 반복했다"면서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는 한편,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정책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시장 기대 측면에서 추가적인 주가 상승 모멘텀이 없었다는 점 역시 덧붙였다.
그간 국내 증시를 밀어 올린 게 정책 기대감이라면 향후 관건은 정책 실행 성과다. 보고서는 "이제 이재명 정부의 허니문 기간은 사실상 종료됐다"며 "앞으로는 실제 성과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기대감이 정점을 통과하며 차익실현 매물이 우세할 수 있다"고 봤다.
향후 주가 방향에 대해서는 "▲개정된 세법과 상법의 적용이 실제 불공정 거래행위의 사법 집행 및 법률 실효성 ▲산업 정책에 이은 기업 실적의 가시성 ▲대미 협상(자동차 관세, 기술인력 비자 등), 북미 대화 등 외교 현안과 글로벌 환경 속에서 한국 경제가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정책 이벤트보다는 실제 제도 변화로 인한 산업, 기업별 성과 추적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자본시장 정책과 관련, 전날 이 대통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언급하며 지배구조, 불공정 관행이 시장 신뢰를 낮추고 있다는 점을 재차 짚었다. 또한 주가 조작을 비롯한 불공정 거래 시 이익은 물론, 원금까지 몰수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국내 투자가 부진한 것 역시 국내 시장 저평가와 불신이 본질이라고 진단했다.
세제 측면에서는 시장 활성화를 우선순위에 두고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이 되는 대주주 요건을 현행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세제개편안을 철회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배당소득 분리과세 역시 "주식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해, 최고 세율을 35%로 적용한 세제 개편안을 하향할 수 있음을 표명했다. 그간 시장 안팎에서는 기업으로선 배당 유인이 떨어져, 실질적 배당 확대를 위해 25%까지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