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신용평가기관 '피치'가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유럽 국채 시장이 동요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미국으로 안전자산 수요가 온전히 이동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역시 재정과 국채 물량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 국채 금리 하락세는 유지돼도 그 속도는 더딜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지난 12일(현지시각) 피치는 프랑스의 국가신용 등급을 기존 'AA-'에서 'A+'로 한 단계 낮췄다.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이다.
피치는 "최근 프랑수아 바이루 전 정부가 하원 불신임으로 붕괴한 것은 프랑스 국내 정치의 분열과 양극화가 심화했음을 보여준다"며 정치적 불안과 재정 건전성 우려를 등급 강등 배경으로 설명했다.
이에 프랑스 국채 10년물 금리는 다시 3.5%를 웃돌았고,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약세가 나타났다. 프랑스와 같은 유로존 국가인 독일과 이탈리아 국채 금리도 덩달아 올랐다. 영국 국채 금리도 오를 정도로 유럽 국채 시장이 움직였다.
국가부채, 재정건전성 우려로 미국에도 영향
프랑스 신용등급 강등은 프랑스 내부에 국한되지 않고 유로화 사용 국가들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아가 미국, 캐나다 등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 채권시장, 특히 국채는 최근 시장금리 동향에 국가의 재정 여건 관련 사안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 대부분 국가가 일제히 코로나19 이후 높아진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있지만, 국채 수급 부담으로 일컬어지는 국가 재정 관련 문제에 매우 민감한 상황이다.
실제 미국 국채 금리의 경우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최근 수일간 비교적 가파른 하향 안정화를 보이다 프랑스발(發) 금리 상승 여파로 반등했다. 국가부채, 재정건전성 및 채권시장 관점에서는 채권 수급에 대한 부담이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결정만큼이나 민감한 사안이 된 셈이다.
동시에 이는 2012년 소위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로 불리는 유로존 재정위기 국가들의 금리 급등 국면에서 안전자산 선호가 부각되며 미 국채로 수급이 쏠려 금리가 하락한 국면과 대조적이다.
"美 금리 추세적 하락하겠지만 속도는 더딜 듯"
대신증권은 미국의 경우 이달 FOMC를 기점으로 기준 금리 인하 주기가 재개되면서 미 국채 금리 역시 다시 추세적 하향화 안정 경로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미국 역시 재정과 국채 물량 부담이 상당해 과거처럼 가파르게 시장금리가 하락할 수는 없다고 내다봤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다른 국채시장에서의 동요나 금리 반등은 미국 국채금리가 추세적인 하락세를 나타내더라도 그 속도가 더딜 것이란 기존 전망을 강화하는 논거"라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