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의 원유선물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이 "운용사가 마음대로 투자 대상을 바꿔서 시장 이익률을 누리지 못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이로써 투자자들이 삼성운용과 벌인 일련의 소송전은 투자자 측 전패로 마무리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대법원 민사3부는 강모씨 등 투자자 265명이 삼성운용을 상대로 낸 약 8억8000만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투자자) 패소'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심리불속행은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본안 심리 없이 하급심 판결을 확정하는 제도다.

앞서 투자자들은 삼성운용의 '코덱스(Kodex) WTI 원유선물 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에 투자했다. 미국 뉴욕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을 기초지수로 따라가는 펀드였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졌다. 삼성운용은 긴급회의를 열고, 펀드에 담고 있던 6월물 계약 일부를 7월물과 9월물로 옮겼다. 계획보다 빠른 조치로, 6월물 비중은 73%에서 34%가 됐다.
문제는 6월물 가격이 7월물과 9월물보다 뛰면서 발생했다. 투자자들은 삼성운용을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엔 560여명이 22억원가량을 청구했다. 1심 재판 과정에선 "원래 가장 가까운 월물을 따라가야 하는 펀드인데, 운용사가 임의로 바꿨다"며 "변경된 내용을 제때 알리지도 않아 수시공시 의무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삼성운용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유가가 더 떨어질 것에 대비한 방어적 조치였다. 계약서에 따르면 삼성운용은 투자 대상을 고르고 바꿀 재량권을 갖고 있다"며 "코로나19로 기름 수요가 급감한 당시엔 5월물 가격이 사상 처음 마이너스 37.63달러까지 떨어져, 6월물도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자설명서엔 수시공시 사항을 미리 고지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게다가 삼성운용은 분산 조치 후 한국거래소와 홈페이지에 이를 알려 의무를 지켰다"며 "만약 유가가 추가로 떨어졌다면, 투자자들은 이 조치로 상당한 보호를 받았을 것이다. 유가가 실제로 떨어졌는데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면 투자자들은 '운용사가 아무런 조치를 안 했다'는 취지의 소송을 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항소심엔 투자자 340여명만 참여했다. 이들은 "삼성운용의 조치는 신뢰보호 원칙을 위반하고, 재량권의 한계를 넘어선 불법행위"라는 주장을 추가했다. 하지만 2심은 "펀드가 '최근 월물에만 투자한다'는 신뢰를 부여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이를 기각했으며, 기존 쟁점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번 대법원 재판부도 이 같은 판단이 옳다고 봤다.
이에 따라 지난 5년여간 같은 상품의 투자자들이 벌인 일련의 소송전은 투자자 전패로 종결됐다. 앞서 투자자 1000여명이 참여한 집단소송, 22명이 참여한 소송도 각각 삼성운용의 승소가 확정됐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