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추진 중인 3차 상법 개정을 통해 자기주식 소각이 의무화될 경우 오히려 주가 부양을 저해하고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6일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의 문제점 연구' 보고서를 통해 ▲ 자기주식 취득 감소에 따른 주가부양 역행 ▲ 해외 경쟁기업 다수의 자사주 보유 ▲ 기업 구조조정 및 사업재편 저해 ▲ 자본금 감소로 인한 사업활동 제약 ▲ 경영권 공격에 무방비 노출 등 5가지 측면에서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신중한 검토를 요청했다.
보고서는 자기주식 소각이 의무화되면 기업의 자기주식 취득 유인이 약화해 결과적으로 취득에 따른 주가부양 효과가 사라져 주주권익 제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기주식 취득 후 1~5일간 단기 주가수익률은 시장 대비 1~3.8%포인트(p) 높고, 자기주식 취득 공시 이후 6개월, 1년의 장기수익률도 시장 대비 각각 11.2~19.66%p, 16.4~47.91%p 높았다.
그러나 자기주식의 소각이 의무화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활용 범위가 제한돼 취득 유인이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소각에 의한 단발적 주가 상승 기대에 매몰될 경우, 오히려 장기적으로 기업의 반복적인 자기주식 취득을 통한 주가부양 효과를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 영국, 일본의 시총 상위 30위 기업들의 평균 자기주식 보유 비중도 각각 24.54%, 4.93%, 5.43%로, 우리나라 평균인 2.31%보다 높았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도 다양한 경영전략에 따라 자기주식을 활용해 왔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기업들의 자기주식 처분 목적은 '재무구조 개선'(21.2%), '투자·운영자금 확보'(20.0%), '교환사채 발행'(14.3%), '전략적 제휴'(13.6%) 등이었다.
보고서는 석유화학 업종을 예로 들어 상호주를 보유한 기업들이 합병 과정에서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데, 이렇게 취득한 자기주식을 소각해야 한다면 현재 시급한 구조조정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합병 등 특정 목적으로 취득한 자기주식까지 소각할 경우 자본 감소로 대출과 투자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업력별 고유 사업도 못 하게 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또 최근 1·2차 상법 개정으로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한 3%룰이 도입되고,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으로 경영권 공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실상 유일한 방어 수단인 자기주식의 소각을 의무화하면 기업들이 이 같은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자기주식 소각을 의무화할 경우 자본시장 발전에 오히려 역행하고 부작용만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을 전제로 자기주식 소각 의무보다는 처분 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