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시장의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미국은 관련 정책이 잦은 변화로 리스크가 커지는 한편 유럽 지역도 관련 규제의 세부 지침 확정이 늦어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美 이차전지 정책, 급격하고 잦은 변화
17일 LS증권은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우선 미국의 경우 과거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8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통과 ▲2023년 세부규정 발표 ▲2024년 전기차(EV) 비중 목표 2030년까지 56% 등 적극적인 전기차 정책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최근 3년간 국내 이차전지 산업은 미국에 투자를 집중했다. EV 판매에서 국내 이차전지 셀 3사의 북미 비중은 상반기 기준 38%로 유럽과 더불어 절대적인 수준이 됐다.
하지만 상황이 반전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으로 전기차 지원 정책을 전격 후퇴시켰다. 여기에 관세 정책 변화, 미국 내 LG에너지솔루션과 하청업체 한국 근로자 관련 비자 문제 제기 등으로 정책 불확실성 우려가 가중됐다.
초기 시장에서는 정책 지원이 수요를 견인하는 주요 축이다. 이달 말 종료되는 친환경차 세액공제 지침(section 30d)은 4분기 이후 미국 전기차 판매량 성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미국의 에너지 전략 변화, 전기차 정책 후퇴, 수요 증가율 둔화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추가 변수도 있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 10월부터 적용한 중국산 전기차 100% 수입 관세를 철폐하거나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보복 관세로 직격탄을 맞은 자국 농업을 살리고, 침체된 전기차 시장을 회복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캐나다가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철폐한다면, 한국 이차전지 북미 수요 성장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 전기차는 대부분 중국산 이차전지를 탑재하기 때문이다.
EU, 배터리 규제 세부안 지연…불확실성↑
유럽연합(EU)은 2023년 7월 EU 배터리 규정을 제정하고 발표했다. 배터리 지속가능성과 안전성, 재활용성을 강화할 목적이다. 이 규제의 핵심은 배터리 전 과정에 걸친 탄소발자국 공개와 검증이다. 일정 단계 이후 단순 보고를 넘어 탄소 성능 등급 부여(2026년 예정)와 최대 허용 배출치(2028년 예정)로 이어질 계획이었다.
하지만 규제 시행의 세부지침인 위임 법률 확정이 늦어지고 있다. 원래 전기차 배터리의 탄소발자국 보고 의무화는 올해 2월부터 단계적으로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위임 법률은 아직 초안 단계에 머물러 있고,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충돌해 시행이 최소 1년 이상 늦춰졌다. 탄소 발자국 측정 방법 등 세부 규정이 확정되지 않아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를 산출하고 보고할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한국 이차전지 셀 기업 3곳의 올해 상반기 유럽과 북미시장 비중은 86%에 달한다"며 "이 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리스크가 증가하고, 주가 하락의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