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에 대해 공급과잉, 가격 경쟁력 악화 등으로 인해 사면초가 상황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지형삼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17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나이스 크레딧 세미나 2025'에서 "한국 석유·화학 회사는 범용 제품군에서는 중국에, 스페셜티 제품군에서는 일본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나신평은 한국의 석유·화학 산업의 둔화가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과잉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지 연구원은 "최근 5년간 중국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약 2500만t 증가했다"며 "향후 3년 역시 중국을 중심으로 상당한 증설이 예정된 만큼 가동률 추가 하락 및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은 대규모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와 내수 시장 중심의 고정 수요 기반 등을 바탕으로 양호한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일본에게는 제품군에서 열위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제품 포트폴리오를 개편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범용 제품군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은 구조적 한계를 인식하고 1990년대 후반부터 정밀 화학과 스페셜티 제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진행했다"며 "그 결과 최근 업황 저하 국면에서도 일본 석유·화학 기업들은 스페셜티 제품군에서 전체 영업이익의 약 40%를 창출하며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업체들은 수익성 급락과 차입금 부담 확대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2022년 이후 수익성 급락과 차입 부담 확대 등 전례 없는 이중 부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중고의 상황에서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내 주요 10개 석유화학 기업은 지난달 석유·화학산업 재도약을 위한 산업계 사업재편 자율 협약을 체결하고 NCC 270∼370만t 감축에 합의한 바 있다. 국내 370만t은 전체 설비의 약 25% 수준이다. 한국의 대표 3대 석유화학단지는 여수·울산·대산 등이다.
그는 "대산은 LG, 한화, 롯데, HD현대 등 석유·화학 사업의 비중이 높은 주요 그룹들이 모두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지역"이라며 "설비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여수, 울산 등 타 석유화학 단지의 통합 추진에 있어 의미 있는 선례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등급의 경우 즉각적인 하락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와 업계가 지원하는 자율협약은 부도 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현재 구조조정과 자율협약이라는 표현이 혼재돼 사용되다 보니 혼란을 겪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두 경우는 명확하게 다른 것"이라며 "자율협약은 정상 단계의 사적 합의 단계며 실질적인 채무 재조정이 진행되는 '광의의 부도'가 진행되는 경우 신청 시 등급 감시를 부여하고 'CCC~C'로의 즉각적인 신용등급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도 신용등급은 하락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진행 과정에서 설비 통합, JV 전환, 설비 폐쇄 등의 이벤트가 발생 시 사업 위험과 재무 위험 변동 수준 등을 고려해 적정한 신용등급을 재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