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지 않아도 특별한 하루를 만날 수 있는 ‘당일치기 여행’은 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긴 연휴를 어디서 때워야 할지 막막한 이들에게 수도권 당일치기 여행은 색다른 여행의 맛을 알려준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나 데이트 장소가 필요한 연인, 재충전이 필요한 직장인에게 ‘안성맞춤’인 경기관광공사의 여행지 6곳을 소개한다.
이천 처음책방. 경기관광공사 제공 ◆ 이천 처음책방 처음책방은 여느 책방과 분위기부터 다르다. 책을 판매하지만 쉽게 접할 수 없는 고서급 도서들이 즐비하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도서부터 최근 도서까지 다양하게 꽂혀있지만 모두 초판본이란 공통점을 지닌다.
2, 3쇄를 거치지 않은 초판본은 아이처럼 ‘순수한’ 수정되지 않은 미완의 작품이다. 오류를 바로잡거나 내용을 보완한 책이 아닌, 초판만의 매력을 지녔다.
다만, 처음책방의 모든 책이 판매용은 아니다. 다시는 구할 수 없는 수준의 초판본은 전시만 한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집 가운데 하나인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김영랑 시인의 ‘영랑시집’(1935) 등이다.
잡지와 신문도 있다. 잡지와 신문은 매일 혹은 매달 태어나고 사라지는 간행물인 만큼 시효성이 매우 짧아 보관하는 이가 드물다. 처음책방에 전시된 잡지와 신문은 모두 창간호다. 책장에 꽂힌 수만 권의 책을 살펴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의왕 청계산맑은숲공원. 경기관광공사 제공 ◆ 의왕 청계산맑은숲공원 청계산 남쪽 자락의 청계산맑은숲공원은 숲과 계곡이 어우러진 곳이다. 나무 향과 흙 내음이 은은하게 퍼지는 공원 입구가 방문객을 반긴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나무 사이로 데크가 이어지고 그 옆으로 깨끗한 계곡물이 흐른다.
‘맑은숲’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숲과 계곡, 공기가 인상적이다. 계곡에서 캠핑 의자를 펼치고 앉아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여유롭게 보인다. 공원 상류에는 오랜 역사를 품은 청계사가 있다. 창건 연대가 알려지지 않은 이 사찰은, 신라 시대 양식을 지녔다. 화려하진 않지만 기품을 지녔다.
고양 나들라온. 경기관광공사 제공 ◆ 고양 나들라온 임진강과 맞닿은 안보 요충지가 관광지로 거듭났다. 나들라온은 여러 군 막사 가운데 병력 일부가 철수한 곳을 새롭게 단장한 곳이다. 과거에는 통일촌 군 막사로 불렸다.
시민과 여행객을 위한 쉼터로 옷을 갈아입으며 ‘나들이’를 뜻하는 ‘나들’과 ‘즐거운’의 순우리말 ‘라온’을 합쳐 이름 지었다.
내부에는 군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다. 여군과 남군 내무반을 재현한 방에 들어서면 침구와 군복, 배낭 등 실제 내무반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군복을 입고 병영 체험도 가능하다. 카페를 연상시키는 휴식 공간에 잠시 머문 뒤 뒤편 한강 하구 지하통로를 넘어가도 된다. 철책 경계 근무를 위해 드나들던 자유로 밑 통로를 벗어나면 자전거길과 만난다. 자전거 여행이나 걷기 여행에 적합하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경기관광공사 제공 ◆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청계산 북서쪽 자락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은 숲 속에 숨겨진 예술 쉼터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건 백남준 작가의 ‘다다익선’이다. 1003대의 TV 모니터로 구성된 작품의 높이는 약 18.5m. 백남준 작품 가운데 최대 규모다. ‘88서울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1987년 설치된 뒤 미술관의 상징이 됐다.
미술관은 작품 다다익선이 설치된 원형 홀을 중심으로 나뉜다. 상설 전시는 ‘한국근현대미술Ⅰ’과 ‘한국현대미술Ⅱ’에서 감상할 수 있다. 20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작품 145여점과 20세기 후반 작품 120여점이 각각 자리한다.
한 번에 감상하기보다는 취향에 따라 감상하는 게 좋다. 옥상에는 원형 정원이 있어 계절의 변화를 음미할 수 있다.
이 방대한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은 산책로나 다름없다. 서울대공원, 국립박물관과 인접해 있을 뿐 아니라 지하철로 접근할 수 있다.
구리 동구릉. 경기관광공사 제공 ◆ 구리 동구릉 동구릉은 아홉 개의 능이 모인 자리를 일컫는다. 조선 왕릉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짙은 녹음이 우거진 숲길에선 수백 년 전 봉건국가를 호령하던 왕들의 삶을 떠올리게 된다.
입구를 지나자마자 만나는 숲은 정갈하면서도 평화롭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를 걸어 만나는 첫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수릉, 현릉, 휘릉, 건원릉, 목릉이 이어진다. 첫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돌면 숭릉, 혜릉, 경릉, 원릉을 만날 수 있다.
이 가운데 건원릉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능이다. 억새로 덮여 있는 게 이색적이다. 관리하지 않은 능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고향인 함흥의 억새를 심어달라는 태조의 유언에 따른 것이다.
능 아래 신도비에는 태조의 건국 과정과 생애, 업적 등이 새겨져 있다. 숭릉은 조선 왕릉 정자각 중에서 유일하게 팔각지붕 정자각이 남아있는 곳이다.
연천 재인폭포. 경기관광공사 제공 ◆ 연천 재인폭포 18m에 달하는 폭포는 방문객의 발길을 잠시 멈추게 한다. 계곡을 따라 산책로를 걷다가 마주치는 모습은 웅장하다. 주상절리 지형에 무려 2개의 폭포가 자리한다.
절벽 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마치 자연이 연출한 거대한 극장 같다. 바위 아래 검푸른 소는 깊고 푸르다. 낙차 때 바람을 타고 공중에서 하얗게 흩어지는 물방울은 시원함을 풍긴다.
출렁다리에서 바라보는 재인폭포와 데크 길을 따라 아래에서 보는 모습이 각기 다르다.
폭포 이름은 광대를 뜻하는 재인(材人)에서 비롯됐다. 이름에 담긴 슬픈 전설도 전해진다. 금실 좋은 부부가 살았는데 남편은 재인이었고 아내는 매우 아름다웠다. 아내에게 흑심을 품은 마을 원님이 남편에게 폭포에서 줄을 타라는 명을 내린 뒤 줄을 끊어 목숨을 앗아갔다. 원님의 수청을 들게 된 아내는 자결했다고 한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