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13일 "정부는 성급한 배임죄 폐지에 앞서 이를 대체할 수단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면서 "대안 제시 없이는 경영자들의 사익 추구 행위를 조장하고 주주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포럼은 이날 논평을 통해 최근 정부가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을 발표한 것과 관련 "경영자들의 배임행위를 규제할 수단이 사라지면 코스피 5000은커녕 더 깊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금융인, 법조인, 학자 등 120여명의 국내외 회원들로 구성된 거버넌스포럼은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자본시장 선진화를 추구하는 비영리 사단 법인이다.
특히 포럼이 주목한 것은 상법상 특별배임죄뿐 아니라 형법상 배임죄도 폐지한다는 대목이다. 그간 형사상 배임죄 처벌이 경영자들의 사익추구 등 주주 권익 침해행위에 중요한 통제 수단이 돼왔지만, 폐지 시 모두 처벌을 면하게 된다.
포럼은 "정부가 배임죄가 민간의 창의적 경제활동을 제약한다고 했으나 지금도 선의의 경영자는 배임죄로 처벌받지 않는다"며 "법원이 이미 '경영 판단의 원칙'을 명확히 내세워 다수의 배임죄 기소 사례에서 무죄를 선고해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금의 배임죄 조항은 사회가 용인 못 할 불법행위를 처벌함으로써 기업과 주주를 지키는 수단이 돼 왔다"며 "지금 배임죄가 폐지된다면 남는 규제 수단은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뿐이다. 하지만 지금의 제도로는 배임행위를 민사책임으로 방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대표적 배임행위 방위장치인 대표소송 제도도 사실상 유명무실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포럼은 배임죄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민사 책임으로라도 배임행위를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표소송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그 제소요건이 되는 주식 소유 비율을 낮추고, 소수주주가 금전적 부담 없이 대표소송을 할 수 있도록 소송 비용을 회사가 부담하도록 하고, 회사가 가진 증거를 주주들이 소송에서 제시할 수 있도록 미국식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배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야 하고, 재산을 차명으로 두어 민사책임 강제집행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차명재산 여부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소송을 제기한 주주들에게 부여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포럼은 "대만에서는 준공공 기관으로 '증권·선물 투자자 보호센터'(SFIPC)가 있어 여기에서 일반 투자자를 대신해 대표소송, 이사 해임소송, 손해배상 소송 등을 제기한다"며 "이런 사례를 잘 연구해야 하며, SFIPC 모델이 어렵다면 미국식으로 소송 펀드의 도입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임죄 형사처벌은 주식회사 소수 주주 보호와 맞바꿀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라며 "충분하고 실효적인 대체 수단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성급한 배임죄 폐지발표는 과거의 배임 행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미래의 배임 행위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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