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캐피탈이 건축 플랫폼 스타트업 어반베이스 대표와 벌이는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분쟁의 항소심이 본격화된다. 1심에서 스타트업 대표가 회사 회생절차와 별개로 투자금 전액을 책임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벤처투자 업계 전반의 관심이 쏠리는 사건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6부(재판장 김인겸)는 내달 20일 신한캐피탈이 하진우 전 어반베이스 대표를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소송의 2심 첫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이번 사건은 2017년 신한캐피탈이 어반베이스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1586주(약 5억원 규모)를 인수하며 체결한 투자계약에서 비롯됐다. 당시 계약서엔 '회생절차 개시 시 투자자가 이해관계인(대표이사)에게 주식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는 풋옵션 조항이 담겼다.
이후 어반베이스가 2023년 말 서울회생법원에 간이회생절차를 신청하고 이듬해 1월 회생 개시 결정을 받자, 신한캐피탈은 하 전 대표에게 풋옵션을 행사했다. 반면 하 전 대표 측은 "회생은 불가피한 사업 실패로, 투자사가 손실 위험을 모두 떠넘기고 있다"는 취지로 맞섰다. 지난 7월 1심은 신한캐피탈의 손을 들어주며 "하 전 대표가 투자원금과 이자를 합쳐 약 12억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이해관계인으로서 계약에 서명한 이상, 투자사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하 전 대표는 계약 내용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서명했으며, 신한캐피탈이 부당한 조건을 강요한 정황도 없다"고 판시했다. 창업자가 별도의 연대보증 문구가 없어도 '이해관계인 자격'으로 서명했다면, 회사의 회생 여부와 관계없이 투자금 전액을 개인이 상환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 전 대표는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항소심에서도 '풋옵션 조항의 유효성'과 '창업자 개인책임의 범위'를 둘러싼 법리 다툼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투자사와 창업자 간 계약상 위험 분담의 경계를 가르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통상 RCPS 투자계약의 풋옵션은 투자금 회수 장치로 쓰이지만, 창업자가 '이해관계인'으로 참여할 경우 개인 자산에 대한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스타트업·벤처 업계를 중심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한 스타트업 투자계약 전문 변호사는 "창업자가 법인 회생 절차와 무관하게 별개로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구조를 명확히 보여준 사건"이라며 "투자계약서 내 '이해관계인' 문구가 1심 재판부의 핵심 판단 근거가 된 만큼, 스타트업들은 '이해관계인' 서명이 사실상 연대보증 이상의 위험을 내포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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