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이재명’…정쟁에 묻힌 민선 8기 ‘마지막 국감’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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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이재명’…정쟁에 묻힌 민선 8기 ‘마지막 국감’ [오상도의 경기유랑]
‘김동연표’ 역점사업 평가…내년으로 넘어가 與野 정쟁에 묻혀…대다수 도정 평가는 無爲 재난기본소득 등 ‘이재명표’ 정책들 도마 위에 연이틀 ‘김현지’ 질의에 “이 사람 얘기가 왜?”
“이것이야말로 정쟁화 아닌지요? 도정에 관한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 (김동연 경기도지사)

경기도를 상대로 이틀간 이어진 국정감사는 전임 지사인 이재명 대통령과 측근들을 둘러싼 ‘정쟁’으로 변질했습니다. 주 4.5일제 시범 추진과 기후변화 대응 등 정책 성과를 낸 김 지사와 경기도로선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었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1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 행안위에선 ‘이재명표’ 재난기본소득…국토위에선 부동산정책

21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선 이 대통령이 추진한 재난기본소득과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국민의힘 이달희 의원은 “‘이재명의 빚으로 김 지사가 안쓰럽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며 “후임 지사가 빚잔치에 허덕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3년3개월간 지사로 재임하는 동안 세 차례 재난기본소득을 집행해 도가 2029년까지 3조3845억원을 갚아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김 지사는 “올해 (재난기본소득 집행비) 3832억원을 상환하는 등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도의 재정 능력 역시 충분하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재정은 단면을 보지 말고 흐름을 봐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면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란 취지의 답변도 덧붙였습니다.

같은 당 이성권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지방비 분담을 문제 삼았습니다. 이 의원은 “민생쿠폰의 국비와 지방비 분담 비율이 9대 1인데, 이를 위해 도내 5개 시·군이 빚을 냈고, 4개 시·군은 내년으로 사업을 미루거나 다른 사업비로 충당했다”며 “생색은 이 대통령이 내고 지방정부는 고생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지사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해선 “조세 체계의 구조적 문제가 있고 중앙과 지방이 매칭할 수밖에 없는데 9대 1은 중앙에서 많이 부담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21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경기도 제공 ◆ ‘정치인’ 김동연 할 말 다했다…李 대통령 빈틈없이 엄호

전날 국토교통위의 경기도 국감에서도 이 대통령의 과거 행적이 반복해서 언급됐죠. 성남시장 시절 백현동 일대 옹벽아파트 개발 과정에서 시민단체와의 관계 등을 야당이 따져 물은 겁니다.

심지어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두고 김 지사의 의견을 물으며 과거 경제부총리, 대선후보 시절 생각과 다르다며 압박했습니다.

김 지사는 단호했습니다. 그는 “(당시) 상황과 여건이 다르다”며 “경제정책이라는 게 어떻게 일률적으로 갈 수 있냐”고 반박했죠. 또 “지금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 건 누구의 책임이냐”며 출범한 지 5개월밖에 안 된 이재명 정부 옹호에 나섰습니다. 자신도 비슷한 부동산 대책을 만들었을 것이라거나, 아주 적절한 조치라며 지원사격을 벌였습니다.

연이틀 반복되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김 지사는 전날 국토위 국감에 이어 이날도 쏟아진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에 관한 물음에 결국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사람 얘기가 왜 경기도 국감에 나오는지 이해가 안 된다. (제가) 지사 취임하기 훨씬 전 5급 별정직 공무원이었고 면식도 없다”면서 “중차대한 국감에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박했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1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김 부속실장은 이 대통령의 도지사 재직 시절인 2018년 8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도청 비서실 비서관으로 근무했습니다. 김 지사의 도지사 취임은 2022년 7월의 일입니다.

이날 국감에선 김건희 여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을 두고도 여야 간 격론이 이어졌습니다. 앞서 경기도가 감사를 통해 기관 경고와 수사 의뢰를 한 사안에 대해 여당은 “추가 감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고, 야당은 “숨진 공무원의 사망 동기를 밝혀야 한다”며 맞섰죠.

결국, 김 지사는 “직원이 그런 일을 당한 것에 대해선 정말 비통하다”면서도 “정쟁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안타깝다”고 답했습니다.

20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 앞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오른쪽)와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악수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 민선 8기 도정 평가…내년 후보 경선·지방선거로 넘어가

이날 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행정안전부의 도청 폐쇄 명령에 맞섰던 김 지사와 ‘정당성’과 전국 최초의 경기도 기후보험 도입 등을 질의하면서 분위기 쇄신에 나섰습니다. 한 의원과 김 지사가 이를 두고 헌법 가치와 도민 삶을 잠시 언급하며 그나마 생산적 토론이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왔죠.

한 의원은 당시 계엄 선포를 두고는 “경기도가 이를 불법으로 판단하고 청사 폐쇄 지시를 거부한 건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정당했다”고 했고, 기후보험에 대해선 “모두 더위를 겪지만 위험은 불평등하게 온다. 경기도의 전국 첫 기후보험 도입의 취지가 여기에 있지 않으냐”고 물었습니다.

김 지사는 이에 “계엄 선포 후 1시간도 안 돼 도청 봉쇄 지시가 내려왔지만 즉시 거부했다. 헌법과 절차를 어긴 불법 쿠데타라고 판단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기후보험은 기후위기 시대의 선제 대응책이자 기후 격차 해소 정책”이라며 “중앙정부와 국회가 제도화를 뒷받침하면 전국 확대가 가능하다”고 긍정적 전망을 내놨습니다.

경기도 광교 청사. 경기도 제공 지난 4년간 경기도 핵심 정책들이 이번 국감에서도 폭넓게 다뤄지지 못한 건 유감입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정치·경제 이슈가 앞자리에 있었던 탓이죠. 주 4.5일제, 경기국제공항,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등 주요 사업을 두고 깊이 있는 토론은 애초부터 불가능했을지 모릅니다.

이렇게 민선 8기 경기도정의 마지막 국감은 저물었습니다. 결국 도정 전반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하는 건 도민이 될 겁니다. 김 지사의 행정철학과 정책운용을 둘러싼 판단 역시 내년 민주당 도지사 경선이나 지방선거로 넘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기회소득·기후변화 관련 정책들의 경제 파급 효과에 대한 내실 있는 평가를 기대해봅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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