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기후·환경도서관…‘경기도서관’ 들어가 보니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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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기후·환경도서관…‘경기도서관’ 들어가 보니 [오상도의 경기유랑]
9년 공들여 1230억 투입…“넉넉한 실험공간” “개인-사회의 미래를 잇는 역할”…25일 개관 ‘도서관의 도서관’, ‘세상에 없는 도서관’ 별칭 연면적 2만7000㎡·장서 34만권…나선형 구조
“17개 시·도에서 11번째로 문을 여는 ‘늦둥이’입니다. 최초·최고를 떠나 소외계층을 아우르고 탐험적 독서를 제공하는 실험공간으로 넉넉하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 (윤명희 초대 관장)
전국 첫 기후·환경도서관을 표방하는 ‘경기도서관’은 웅장한 외관과 달리 내부에는 따스함을 담았다. 22일 윤 관장의 안내에 따라 입구에 들어서자 5층까지 이어진 나선형 중정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 안착한 초록색 ‘스칸디아모스’(천연 이끼)는 마치 숲 속 도서관에 와 있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부챗살 모양의 기둥은 태양의 위치에 따라 빛을 분산시켜 조도를 맞추는 역할을 했다.
스칸디아모스가 식재된 중앙 나선형 계단. 경기도서관 제공 손바닥에 올린 스칸디아모스. 오상도 기자 25일 개관하는 경기도서관은 국내 공공도서관 가운데 최대 규모다. 9년여의 준비와 1230억원을 들여 수원 광교 경기융합타운에 연면적 2만7795㎡, 지하 4층·지상 5층 규모로 문을 연다. 도내 2000여개 도서관 정책을 총괄하고 서울도서관 등과 협업하는 ‘도서관의 도서관’이다.

장서는 모두 34만4216권. 14만8181권 도서와 19만6035권 전자책이 조화를 이룬다. 향후 5년 안에 55만권에 근접하게 된다.
경기도서관 전경. 오상도 기자 ‘세상에 없던 도서관’을 꿈꾸는 경기도서관은 층마다 주제를 달리한다. 창의·연결·포용·지혜·지속가능·성장이란 키워드를 표현한다. 김동연 지사는 2022년 10월 착공식에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 개인의 미래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모든 주제를 아우른 3·4층 서고가 중심이다. 두 곳을 잇는 콘크리트 언덕길의 이름은 ‘경기책길’. 연세대 대학도서관발전연구소 교수인 윤 관장은 인문학 관련 서고인 4층부터 안내했다. 올해 신구문화상 ‘올해의 사서’인 박영애 운영팀장이 동행했다.
1층 북 라운지. 오상도 기자 윤명희 경기도서관장. 오상도 기자 이곳 기후환경 관련 도서들 사이로 마련된 ‘기후환경공방’에선 병뚜껑 등을 활용해 업사이클 물건을 만들 수 있다. 3층 ‘지혜의 공간’에선 도민 평생독서 프로젝트 ‘천권으로’에 이름을 올린 사회과학·역사 분야 도서 2800여권이 자리했다. 인공지능(AI)이 학습된 가족의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서비스도 제공되며 닌텐도 등 가족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플레이 존도 마련됐다.
2층 책마을. 경기도서관 제공 2층 ‘포용의 공간’에는 영어·스페인어·베트남어 등 22개 언어를 담은 다양한 책들이 외국인·다문화 독서객의 발길을 이끈다.

1층에선 로비를 중심으로 소통과 만남, 연결이 융합된다. 다양한 환경 도서와 재활용품을 이용한 조형물, 조각작품이 배치됐다. 카페처럼 꾸며진 1층 ‘북 라운지’는 문학 도서로 채워졌다. 지역 서점과 협력하기 위한 지역 서점 큐레이션과 책방지기의 편지 코너도 운영된다.

지하 1층은 ‘창의 공간’이다.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8종의 유료 생성형 AI 도구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이곳 AI독서토론실, 책공방, 플래닛 경기홀 등 다양한 편의시설들은 경제적 부담으로 평소 꿈꾸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들을 도민에게 선사한다.
3층 ‘천권으로’ 서고. 경기도서관 제공 지하 1층의 창의계단. 경기도서관 제공 가장 위층 ‘성장의 공간’ 역시 청년·창작인들의 작업공간으로 활용된다.

연말까지 시범운영을 마치는 경기도서관은 평일에는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주말에는 오후 6시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일반회원과 도민회원으로 나뉘는데, 거주지 인증까지 마쳐야 도민회원으로 등록된다.
지하 1층의 힙플레이스. 경기도서관 제공 시범운영 기간에는 일반회원의 경우 1회 3권, 15일간 대출받을 수 있다. 내년부터는 1회 5권, 7일 연장제가 도입된다. 도서 대출·반납은 키오스크로 운영되며 어린이와 장애인의 편의를 위해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다.

다만, 이날 사전 투어에선 “점자 안내 등 기본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윤 관장은 “모든 분이 이용하는 공공도서관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과제”라며 “시범운영 기간을 거쳐 도민들의 요구에 따라 채워지고 움직이는 운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1층에서 바라본 부챗살 모양의 중정. 오상도 기자 그러면서 “취약계층의 마음에 응어리진 상처들을 살펴보는 독서봉사 등을 계획하고 있다”며 “경기도서관은 도내 31개 시·군의 공공도서관을 대표하는 도서관으로서 정책 개발과 평가를 통해 모든 도서관이 배움터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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