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8일 오전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발전소 앞에서 작업 중 숨진 재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충현 씨의 영결식이 엄수되는 가운데 김씨의 친구가 영정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지난 6월 사망 사고가 발생한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의 근로감독에서 1000건 넘는 위법사항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고용노동부는 태안화력에 대해 실시한 근로감독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태안화력에서는 지난 6월 2일 정비동에서 선반 작업을 하던 고(故) 김충현씨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 감독 △임금체불·근로계약 등 기초노동질서 감독 △하청노동자 불법파견 감독 등 3개 분야의 근로감독을 종합적으로 진행했다.
산업안전보건 분야 감독은 도급인인 태안화력과 한전KPS 등 1차 수급업체 10곳, 한국파워오엔엠 등 2차 수급업체 4곳 등 총 15개 업체를 대상으로 현장 감독이 이뤄졌다. 노동 당국은 사고가 발생한 작업과 동일·유사 작업뿐만 아니라 발전소 내 모든 공정을 대상으로 감독을 진행하는 한편 야간 시간대 현장에 대해서도 별도의 감독을 병행했다.
또 노동자 면담을 통해 사업장 내 위험 작업·시설에 대한 개선 필요 사항을 발굴하는 한편 최근 5년간 원·하청 전반의 산재 발생 현황을 조사해 개선 여부를 확인했다. 그 결과 총 379건(산업안전보건법령 40개 조항 위반)은 사법처리, 592건(산업안전보건법령 21개 조항 위반)은 과태료 약 7억3000만원 부과, 113건은 개선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회전체 등 방호조치가 필요한 설비에 이를 설치하지 않은 사례가 적발됐다. 또 방호장치 해체 후 복구 조치 미이행, 설비의 볼트·너트 체결 불량, 크레인 훅 해지장치 미사용, 크레인 이탈방지조치 미이행, 안전인증·안전검사 미실시 사례도 확인됐다.
추락 위험이 있는 장소에 안전난간 등을 설치해야 했지만 수상태양광 설비, 부두, 정비동 등에는 안전난간이 설치되지 않았다. 안전난간 설치 기준을 미준수하거나 구축물 안전성 평가 미흡, 추락 위험장소 출입금지 미조치 등도 적발됐다.
폭발 위험장소에서 방폭 구조의 기계·기구를 사용해야 했지만 분진 폭발 위험 장소에서 비방폭 전기설비를 사용하는 등 화재·폭발·전기 안전과 관련된 위반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작업장 조도 기준 미달 및 조명시설 미설치, 통로에 장애물 방치, 동력문 설치 기준 미달, 중량물 취급 계획 미흡 등 현장 관리 소홀 사례도 무더기로 확인됐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11동 고용노동부. 2023.10.13[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노동 당국은 또 한전KPS와 수급업체 2곳, 태안화력을 대상으로 한 기초노동질서 분야 근로감독도 진행했다. 그 결과 일부 업체에서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5억4000만원과 통상임금·평균임금 등의 산정 오류로 인한 연장근로수당, 퇴직금 등을 225만원 과소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금액은 시정지시를 통해 전액 청산토록 했다. 근로계약과 관련해 근무시간 등 필수 기재 사항을 누락하거나 실제 근무시간을 반영하지 않은 사례도 확인됐다.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 배우자 출산휴가 미 부여 등의 사례도 적발해 시정지시를 통해 조치되도록 했다.
불법 파견도 적발됐다. 노동 당국은 김씨가 수행한 선반 작업뿐만 아니라 전기·기계 등 정비 공정 모두가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원청 근로자가 작업 내용, 방법 등을 결정하면 하청 근로자는 지시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은 점 등 그간의 하도급계약 운영·작업 방식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이다.
이에 원청인 한전KPS에 불법파견 근로자 41명을 직접 고용하도록 시정지시했다. 또 원청 대표이사와 관련 협력업체 대표들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노동부는 "원청이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이행하도록 철저히 확인할 것"이라며 "불법파견 사용 책임자에 대해서는 관련 절차에 따라 사법처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ㄷ.
또 노동부는 적발된 법 위반사항뿐 아니라 노동자 면담, 감독관의 사업장 평가 등을 종합해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주요 개선요구 사항은 △2인1조 작업 원칙 적용 확대 △공동작업장 관리 강화 △안전보건관리규정 정비 △기타 안전·보건 전반에 관한 사항 개선 등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태안화력발전소 감독 결과는 단순히 한 사업장의 법 위반을 넘어 왜 같은 유형의 죽음이 반복되는지 우리 사회가 마주해야 할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며 "발전 산업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는 안전관리 책임이 분산될 뿐만 아니라 효율과 비용 절감 효과도 불확실한 현실을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감독을 통해 위험작업 시 필요한 안전인력 확보, 설비 개선, 하청노동자 보호조치 강화 등 핵심적인 사항을 개선토록 요구했다"며 "이는 현장에서 반드시 이행되어야 할 안전기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러한 권고가 현장에서 철저히 지켜지도록 끝까지 점검하고 안전조치 미비로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김성서 기자 biblekim@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