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공제 대해부]③균형 포트폴리오·중장기 전략으로 28兆 굴리는 사학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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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공제 대해부]③균형 포트폴리오·중장기 전략으로 28兆 굴리는 사학연금
편집자주연기금과 공제회가 자본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연기금과 공제회는 국민의 노후보장(연기금)과 회원들의 자산증식·복지확대(공제회)라는 기본적인 차이 이외에도 자산 규모, 투자 전략, 조직 구조 등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줄이기도 한 연기금·공제회에 대해 심층 분석해 본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은 2013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H&Q가 잡코리아 투자에 활용한 '3호 블라인드펀드'에 약 700억원을 출자해 8년 만에 원금 대비 9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뒀다. 2016년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하이브(당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투자에 활용한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SSF) 1호'에도 자금을 투입해 5년 만에 약 7배를 회수했다.


이 같은 성과에 사학연금은 2021년 대체투자 부문에서 25%라는 기록적인 수익률을 달성했다. 단순한 운이 아니었다. 오랜 기간에 걸친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의 결실이었다.


IMF 때도 자산 증가…분산투자로 안정적 수익

1974년 사립학교 교직원의 노후 안정과 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학연금은 설립 초기 기금 대부분을 정부 주도의 국민투자기금에 예탁해야 하는 어려운 시기를 겪었으나, 1984년 자율 운용 전환 이후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1990년 1조원대 수준이던 총자산은 2012년 10조원, 2020년 20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말 기준 28조7472억원으로 30조원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사학연금 자산운용의 핵심은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다. 국내외 주식, 채권, 대체자산(PEF, 부동산, 인프라 등)에 광범위하게 분산투자해 리스크를 낮췄다. 또 단기 수익보다 안정적 수익 확보를 추구하는 운용 기조 덕분에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자산을 불릴 수 있었다. 2010년대 들어 성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체투자 및 해외 투자 비중을 확대하며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속도를 냈다.


투자는 철저히 중장기 계획하에 관리된다. 사학연금은 2007년부터 5년 단위 '중장기 전략적 자산배분 계획'을 수립해 자금을 운용해오고 있다. 신규 투자 요청이 왔을 때 좋은 투자처인지에 앞서 해당 투자가 계획에 부합하는지 우선 검토하며, 현 포트폴리오와 목표 포트폴리오 간의 균형을 맞추는 방식으로 투자 비중을 조절한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시스템에 의한 자산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23년 수립된 중장기 전략적 자산배분 계획에 따르면 포트폴리오 구성은 국내채권 33%, 해외주식 20%, 해외 대체투자17%, 국내주식 16%, 국내 대체투자 10%, 해외채권 4%로 설계돼 있다.

이런 기조하에서도 글로벌 경제·금융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했다. 예를 들어 환율이 높아지면 해외채권·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고 국내채권·주식 비중은 늘리는 식이다. 대표적으로 2022년 4분기 원·달러 환율 급등 시 해외 주식·채권을 3000억원가량 매각하고 국내 우량 고금리 채권 및 저평가된 국내주식에 재투자해 높은 수익을 거둔 것은 대표적인 기금운용 모범사례로 꼽힌다.


운용 프로세스 개선에도 지속적으로 힘써왔다. 대체투자의 경우 외부 심의위원 수를 늘려 전문성과 객관성을 높이고, 회수 및 리스크 모니터링 등 사후관리 체계를 강화했다. 해외 주식 운용은 기존 위탁운용에서 직접운용으로 전환해 위탁운용 보수를 줄이고, 공적연금 면세효과를 누렸다. 그 결과 2021년에 약 35억원의 추가 수익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자산운용 '전성기'…대체투자로 이어가

사학연금은 이 같은 전략의 결실로 2023년 수익률 13.46%, 운용수익 2조8402억원을 거둔 데 이어 지난해에도 11.63%의 수익률, 2조7725억원의 운용수익을 달성하며 2년 연속 최고 성과를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2019~2021년에는 3년 연속 11% 넘는 수익률로 다른 연기금을 크게 앞질렀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황기였던 2022년을 제외하고 2019년부터 지속적인 고수익을 창출한 사학연금은 기획재정부가 주관하는 기금운용평가에서 4년 연속 최고 등급인 '탁월'을 달성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사학연금은 앞으로도 대체투자, 특히 해외 대체투자를 미래 성장축으로 삼아 비중을 꾸준히 확대할 방침이다. 2023년 전범식 자금운용관리단장(CIO) 영입과 지난달 연임 결정은 대체투자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서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전 CIO는 1991년 사학연금에 입사해 채권운용팀, 투자분석팀, 리스크관리팀, 대체투자팀 등에서 자금운용 업무를 두루 경험했고, 이후 현대증권 투자금융본부장, SK증권 대체투자사업부 부사장 등을 역임한 대체투자 전문가다. 그는 CIO 취임 직후 과거 대체투자실 산하에 있던 기업금융팀과 부동산인프라팀을 자금운용관리단 직속으로 편입하는 등 대체투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대체투자 비중은 2023년 11.47%에서 2024년 17.79%로 1년 만에 3%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반대로 주식·대체투자 부문에서 국내 비중은 점차 축소하는 방향으로 재조정되고 있다. 공단은 2029년까지 중장기 목표 수익률을 5.30%(중장기 자산의 경우 5.35%)로 상향 조정하고 포트폴리오를 성장성 높은 해외 자산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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