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공인회계사 합격생의 시위, 회계 인력 공급 규모 전면 재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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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공인회계사 합격생의 시위, 회계 인력 공급 규모 전면 재검토해야

2001년 공인회계사 최소 선발인원이 500명에서 갑자기 1000명으로 증가했다. 공인회계사 2차 시험에 합격하고도 수습기관을 못 찾은 제자가 찾아와 "교수님, 하루만 즐거웠어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수습기관을 못 찾아서 좌절하는 제자를 보며 안타까웠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던가? 요즘 24년 전 제자의 모습이 다시 떠오른다.


매년 9월이면 공인회계사 2차 시험 합격자가 발표된다. 합격생들은 회계법인의 신입 회계사 채용 절차에 지원해 수습기관을 정하게 된다. 학생들에게는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이 본인의 인생에서 스스로 일궈 낸 가장 큰 성과일 것이다. 그리고 수습을 위해 회계법인에 입사하는 것이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합격의 기쁨은 잠시, 수습기관 미지정이라는 좌절이 이들에게 다가왔다. 올해 합격생이 1200명인데, 미지정 인원이 592명이라고 하니, 이들의 좌절을 본인의 자질 부족으로 돌리기에는 수습기관 미지정 인원이 너무 많다.


공인회계사는 2차 시험 합격 후 회계법인에서 2년간 수습 실무를 거쳐야 비로소 온전한 자격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공인회계사라는 직업은 '공인'에서 주는 무게감에서 알 수 있듯이 다른 자격사와는 다르다. 다른 자격사들이 6개월 정도의 실무수습 기간을 규정하고 있는 반면에, 공인회계사는 수습기간으로 최소 2년(회계법인) 또는 3년(일반기업)의 기간을 규정하고 있다.


혹자는 공인회계사 합격생이 회계법인에서만 수습을 할 것이 아니라 기업, 공공기관, 비영리법인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야 한다고 말한다. 언뜻 일리 있는 말로 들린다. 그러나 공인회계사 합격생은 실무를 모른다. 회계법인에서 수습 기간을 거치지 않으면 회계실무를 모른 채 입사하게 된다. 회계법인에서 실무수습을 포함한 경력을 쌓은 후에 이들 기관에 진출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공인회계사 합격 후 바로 이들 기관에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에 공인회계사 합격생들의 '선발인원 정상화' 시위가 여러 번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청년들의 시위를 바라보는 데는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겠지만, 올해 합격 인원 1200명의 절반에 해당하는 인원이 모여 이른 아침 출근길에 시위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지금의 인력수급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몇 년 동안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을 목표로 청춘을 쏟아부은 합격생들이 수습기관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시위밖에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최근 청년 일자리를 강조하고, '회계기본법' 제정이 국정과제까지 들어가 있는 현 정부에서 '공인회계사 과잉공급 문제'가 현장에서는 훨씬 더 심각한 상황임을 알아주길 바란다.


공인회계사 업계를 위해, 그리고 우리의 미래 세대인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공인회계사 선발인원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청춘을 바쳐 이루어 낸 공인회계사 합격이라는 기쁨을 단지 하루만 느끼는 청년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는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 후 좌절에 빠진 제자가 없기를 바라는 평범한 대학 교수의 간절한 소망이기도 하다.


전규안 숭실대학교 회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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