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펫푸드 수출길 개척한 디오… “이젠 아메리카 대륙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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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펫푸드 수출길 개척한 디오… “이젠 아메리카 대륙을 향해”
[이진영 디오 대표 인터뷰]
무역전문업체 디오는 국산 펫푸드 수출길을 최초로 연 회사다. 2011년 홍콩을 시작으로 지난해 인도네시아까지 8개국에 국산 펫푸드를 수출하고 있다. 이진영 디오 대표는 “미국, 중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세계에서 손꼽히는 빅마켓으로도 수출을 하면서 K-펫푸드를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환하게 웃고 있다. 박재림 기자
18일 관세청의 지난해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개·고양이 사료 수출액은 1억6086만 달러(약 2340억원)에 이른다. 2000년대 후반만 해도 국산 반려동물 사료의 수출은 전무한 수준이었다. 그처럼 척박한 땅에서 국산 펫푸드 수출길을 최초로 연 회사가 무역전문업체 디오 주식회사(THE-O Corp)다. 2009년 11월 펫푸드 등 반려동물용품 수출입 및 유통사로 출범한 디오는 2011년 홍콩 수출을 시작으로 오늘날 8개국에 K-펫푸드를 수출하고 다양한 수입 제품을 들여오는 회사로 성장했다. 최근 경기 성남시의 디오 본사에서 만난 이진영 디오 대표는 “우리나라가 원조를 받은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도 발돋움한 것처럼 우리도 수입 일색이던 펫푸드 시장에서 수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회사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증 받은 제조사로부터 수입… “소비자 니즈 맞춰 빠르게 공급”

펫푸드 수입업체로 처음 이름을 알린 디오는 현재 국내외 20개 이상 제조사(공장)를 통해 반려동물 식용품을 들여와 네츄럴코어 등 10개 이상 국내 반려동물 식품업체에 공급 중이다. 캔, 파우치, 스틱 형태의 태국산 습식간식, 중국산 육포·치즈류 간식과 장난감, 유럽산 그레인프리·글루텐프리 사료 등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한국은 새롭고 다양한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큰 시장이고 반려동물 제품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한국에 생산하기 어려운 제품과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 위주로 수입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태국은 참치와 닭고기를 원료로 한 식품 제조공장이 많아 원료 확보와 가공기술이 좋기 때문에 해당 원료로 만든 습식 타입의 반려동물용 간식류를 주로 수입하고 있으며, 목축업이 발달한 몽골에서는 방목하여 키운 건강한 소나 말, 염소 등을 원료로 하는 소시지 식품 회사와 연계하여 반려동물용 간식을 공동 개발해서 수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오는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에 대응하고 새로운 제품을 빠르게 국내 시장에 선보이기 위해 여러 나라의 펫푸드 전문 제조사와 협력한다. 제조자 선택 기준은 사람 식품을 만드는 곳 또는 사람 식품 원료를 사용해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식품기준(IFS), 식품글로벌표준인증(BRCS) 인증을 받은 곳이다.

이 대표는 “다양한 국가의 제조사와 거래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한국의 반려동물과 그 가족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의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황무지에서 숲으로… 2011년 프리미엄 K-펫푸드 수출의 시작

디오는 유기농 사료로 한국산 프리미엄 반려동물 사료의 수출이라는 신기원을 연 회사다. 창립 직전인 2008년만 해도 국내 반려동물 사료시장은 수입사료가 90%였고, 국산 사료도 가축사료 회사에서 만든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2010년부터 친환경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네츄럴코어를 필두로 국내산 프리미엄 사료의 판매가 증가했다. 동시에 다양한 국내 펫푸드 전문 제조사들이 생기기 시작하며 수입산 제품과 경쟁을 시작했고, 이는 한국 소비자들이 국산 제품에 신뢰를 가지는 계기가 됐다.

이를 통해 디오는 국산 반려동물 제품도 외국 제품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좋은 품질의 국내산 제품을 세계 모든 반려동물 가족과 반려동물이 함께 누려야 한다’는 신념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국내 전시회에서 당사 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사례가 늘고,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현지에서 국산 제품을 쉽게 구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오기 시작하는 시기였다.

이진영 디오 대표가 펫푸드 수출입에 관해서 말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문제는 준비 과정이었다. 나라마다 검역기준과 관련 법규가 다르고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국산 펫푸드를 수출한 사례가 없다 보니 해외 국가에 대한 검역 정보가 전무했다. 맨바닥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해외 파트너를 통해 관련 정보를 수집하며 수출품목 등록에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8개국에 27억원 수출… “프리미엄 제품, 고가에도 인기”

디오는 2011년 홍콩을 시작으로 2014년 말레이시아, 이듬해 베트남, 2016년 싱가포르, 2021년 태국, 2023년 대만과 필리핀, 지난해 인도네시아까지 꾸준히 수출국을 늘렸다. 수출 규모도 2022년 20억원, 2023년 24억원, 지난해 27억원으로 매년 성장하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태국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었고, 올해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이 기대된다.

이 대표는 “한 번 수출을 시작한 나라는 중단 사례 없이 매년 수출 품목과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유기농 사료가 특히 인기다. 동남아시아 기준으로 고가인 프리미엄 제품임에도 수요가 높다. 동남아도 생활 수준이 올라가면서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한국처럼 소형견을 키우는 경우가 많아 K-펫푸드가 안성맞춤이다. 한류 K-콘텐츠의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디오가 주력으로 수출 중인 네츄럴코어 유기농 사료는 미국 농무부(USDA)와 유럽, 국내 농림축산식품부의 친환경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건강한 피부와 모질을 위해 살코기만을 가수분한 동물성 단백질을 사용하고, 편안한 소화와 장 건강을 위해 원료 특성에 맞는 선가공 처리와 포스트바이오틱스(4세대 유산균)를 사용한 제품이다.

◆ ‘신선함’ 장점인 K-펫푸드… 트렌드 주도하는 수입 펫푸드

펫푸드 수출입 전문 회사의 대표의 눈으로 보는 국산 펫푸드와 수입산 펫푸드의 각자 장점은 무엇일까. 이 대표는 “국산 펫푸드는 제조 후 소비자에게까지 가는 시간이 비교적 짧기 때문에 신선하다. 빠르면 오늘 만든 게 내일 반려동물의 그릇에 담길 수 있다”며 “또한 펫푸드 수입시 들어가는 검역과 통관 관련 제비용이 들지 않아 동일 품질의 수입제품 대비 가격 메리트가 있다. 그리고 개봉 후의 산패를 방지하는 소포장 방식도 국산 펫푸드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수입 펫푸드에 관해서는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재료나 다양한 생산 설비로 만든 제품은 반려인의 선택의 폭을 넓힌다”며 “미국과 유럽 등 펫푸드 역사가 오래된 나라는 제품의 트렌드를 주도한다. 그곳에서 눈에 띄는 제품이 2~3년 뒤 한국에서 유행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진영 디오 대표가 주요 수출품인 국산 반려동물 사료 제품을 들고 있다. 박재림 기자
디오는 수출입에 있어서 해외 지사를 두기보다 각국 파트너사에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지사 설립 비용 줄임으로써 제품을 합리적 가격으로 유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당 하나의 파트너사와 독점계약을 맺으며 지속적인 교류행사 등을 통해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지난해 11월에는 말레이시아, 올해 4월에는 베트남 파트너사를 한국으로 초청해 K-펫푸드의 제조사 관림과 제품 교육을 진행했다.

◆ 국제 펫페어 찾으며 트렌드 확인… “미국, 브라질, 중국 등 빅마켓 상륙 목표”

디오 관계자들은 매년 미국, 유럽, 아시아 등에서 열리는 주요 국제 펫페어에 참여해 시장 트렌드를 확인하고 국내 시장에 적합한 제품을 찾는다. 최근에도 이 대표가 세계 3대 반려동물산업박람회 중 하나로 꼽히는 상하이 펫페어를 방문했다. 이 대표는 “펫페어 규모가 한국의 5배 정도”라며 “인공지능(AI) 기반의 식기, 장난감, 캠, 청소기 등 반려동물 용품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과거에 비해 반려동물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오히려 시장을 선도할만한 제품을 출시하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오는 동남아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북미, 남미, 호주, 중동, 중앙아시아로 수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미 세부적인 수출 절차를 밟고 있는 국가도 있다. 이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누적 수출액 300억원을 달성하고, 장기적으로는 미국, 중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세계에서 손꼽히는 빅마켓으로도 수출을 하면서 K-펫푸드를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길냥이 밥으로 소고기 주죠”

이진영 대표는 어릴 적부터 반려동물과 추억을 쌓았다. 초등학생 시절 가족과 함께 진돗개, 스피츠, 믹스견을 돌본 기억이 있다. 1985년부터 2013년까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생활하면서는 길고양이, 떠돌이 개에 대한 추억이 있다.

이 대표는 “축산업이 발달한 나라답게 현지인들의 주식이기도 한 고기와 우유를 길고양이와 떠돌이 개에게 밥으로 주더라”며“아르헨티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유기견과 길고양이에게 호의적이다. 여름에 더위를 피해서 개들이 관공서나 은행으로 들어와도 쫓아내지 않고 관심을 보인다. 공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2013년 한국으로 돌아온 뒤부터는 고양이 둘을 입양해 반려하고 있다. 이 대표는 “회사에서 수출입하는 펫푸드를 반려묘에게 먹이며 건강하게 키우고 있다”며 “퇴근하고 집에 가면 배웅 나와 있는 모습이 기특하다”고 웃으며 “노년의 삶을 보내는데 반려동물이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남=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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