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회사의 투자를 받고서 동의 없이 회생을 신청한 뒤 회사를 새로 만든 스타트업과 관련해, 신설법인이 기존 회사의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확정됐다. 두 회사의 사명과 대표가 서로 달랐지만, 법원은 실질적인 자산과 인력, 사업 연속성 등을 고려해 "채무를 회피하려 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6부(재판장 김인겸)는 최근 벤처캐피털(VC) A사가 식품 관련 신설 회사인 B사를 상대로 낸 주식매매대금 등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A사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회생 신청이 부른 계약 위반 분쟁…투자사 "기존 법인·신설법인 모두 배상 책임"2020년 A사는 정부 모태펀드 지원금을 받아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펀드를 조성하고, 유아용 간식을 만들어 팔던 C사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30만주를 약 10억원에 인수했다. RCPS는 투자자가 일정 조건에 따라 보통주로 바꾸거나 원금으로 회수할 수 있는 주식이다. A사는 이듬해 C사의 전환사채(CB) 5억원어치도 추가로 매입했다.
갈등은 A사 측의 반대에도 C사가 2022년 5월 법원에 기업 회생을 신청하면서 불거졌다. 투자 계약서에는 '회생 신청이나 파산 신청 등 회사 구조에 중대한 변경이 있을 경우 A사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C사가 이를 어긴 것이다.
이후 A사는 계약 위반을 근거로 주식매수청구권과 사채 상환을 요구했지만, C사 측은 응하지 않았다. A사는 투자금과 위약벌, 이자 등을 더해 17억5800여만원을 청구했다. 청구 대상엔 C사와 그 대표뿐만 아니라, 신생 회사인 B사도 포함됐다. B사는 C사의 회생 신청 2주 전에 만들어진 회사로, A사는 B사에 대해 "기존 회사의 빚을 회피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회사"라고 주장했다.
法 "자산·인력·사업 모두 이어져…실질은 동일 회사"앞선 1심은 A사의 청구를 일부 인용해 "피고들이 공동으로 6억7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특히 B사와 C사가 사실상 한 회사나 다름없다고 보고, 신설 회사인 B사도 빚을 같이 갚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사료 제작·판매'라는 B사의 사업 목적은 2021년 기존 회사인 C사가 신사업으로 추가한 내용과 같았다. C사가 B사와 총판 계약을 맺어 제품 판매를 맡긴 사실도 드러났다. C사 일부 직원이 B사로 이직하거나, 디자인권 등 지식재산권이 별다른 대가 없이 넘어간 점도 확인됐다. 심지어 회사 주소지마저 일치했다. 재판부는 "B사의 설립은 C사의 채무 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 달성을 위해 회사 제도를 남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B사가 홀로 불복하고 항소했지만, 2심도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B사가 펼친 주장이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항소심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들을 보태 봐도, 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B사가 기간 내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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