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종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자사주 소각 문제를 둘러싸고 행동주의 진영과 정면충돌하며 지배구조 리스크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소수 주주가 요구한 임시주주총회 소집과 자사주 소각 안건을 스틱이 공식적으로 거부하면서 갈등이 격화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창업주인 도용환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로 다가오면서 '경영권 방어 여부'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분 앞선 행동주의…정기주총 영향력↑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스틱인베는 최근 소수 주주가 요구한 임시주총 소집 요구와 자사주 소각 주주제안을 거부했다. 자사주 소각은 주주총회 권한이 아닌 이사회 전속 사항이라는 명분이다. 자사주를 소각하기보다는 추후 임원 성과급 일부와 성과조건부주식(RSU) 등으로 활용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갈등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스틱의 지분 구조가 이미 행동주의 진영에 유리하게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도 회장 측 지분은 19.04%다. 도 회장이 13.46%로 가장 많고, 곽동걸 스틱인베 부회장(3.77%)이 그다음이다. 이 밖에 도 회장의 아들 2명 및 회사 파트너급 임원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1.81%다.
반면 행동주의 진영의 지분은 이를 훌쩍 웃돈다. 미리캐피탈은 이달 들어 추가 장내매수로 지분율을 13.48%로 끌어올렸다. 이창환 대표가 이끄는 얼라인파트너스도 지난달 장내매수로 지분율을 6.64%에서 7.63%로 늘렸다. 여기에 국내 페트라자산운용도 5.09%를 들고 있다. 모두 더하면 26.20%에 달한다.
자사주 활용한 우군 확보도 힘들어…도용환 '용퇴설'도
업계에서는 도 회장 측이 자사주 13.5%를 활용해 외부 백기사를 구하려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선택지다. 정부와 여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연내 처리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자사주를 우군에게 넘겨 의결권을 부활시킬 경우 밸류업 정책 역행과 지배구조 왜곡이라는 여론의 역풍이 예상된다. 정부·정책·여론의 기조가 모두 자사주 소각 방향으로 굳어지면서 경영권 방어용 자사주 활용은 사실상 금지된 카드가 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도 회장이 내년 3월 주총 이전에 거취를 정리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PE업계 관계자는 "결국 도 회장이 대승적으로 자사주뿐 아니라 본인 보유 지분까지 처분하고 물러설 준비를 한다는 소문도 돈다"며 "그만큼 현재 유리한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늦은 세대교체' 나비효과
이번 사안이 단순한 자사주 소각 요구를 넘어 경영권·세대교체·지배구조 문제로 확대된 이유는 스틱의 구조적 특징 때문이다.
스틱인베는 설립 이후 20년 넘게 도 회장 중심의 '원톱' 구조가 유지됐다. 1957년생인 도 회장이 지분과 실권을 쥐고 있고, 창업 초기부터 함께한 1959년생 곽 부회장도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다. 최근 합류한 사재훈 대외부문 대표도 1964년생이다. 지난해 말 1962년생인 곽대환 공동대표가 물러나고 강신우 리스크관리·전략부문 총괄 대표가 후임으로 선임됐지만 그 역시 1960년생으로 오히려 전임자보다 더 위 연배다.
여전히 1950~1960년대생 오너와 경영진 위주로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로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1970년대생을 중심으로 세대교체가 진행된 다른 PEF 운용사들과 달리 세대교체가 지연됐다는 평가다. 가뜩이나 우호지분이 낮아 행동주의 진영에 취약해졌고, 내부 결속력이 약화된 틈을 외부 FI가 파고들면서 나비효과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스틱인베가 세대교체와 파트너십 재정비 등 PE 하우스 자체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IB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스틱인베의 최대 리스크는 어떤 투자성적보다도 '도 회장 체제 이후 스틱은 어떤 구조를 취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불확실성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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