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는 화를 삭이지 못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모습에 주목했다. 지난 18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불거진, 김 실장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간의 설전 얘기다.
필자는 김 의원의 문제 제기를 지적하고자 한다. 김 의원은 국토교통부가 내년도 디딤돌·버팀목 예산을 4조원 가까이 줄인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청년이 내 집 마련을 꿈꿀 수 있는 정책대출은 다시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한참 잘못된 지적이다. 국토부가 관리하는 주택도시기금에서 디딤돌·버팀목 대출 명목으로 잡아둔 예산이 14조572억원에서 10조3016억원으로 3조7557억원 감소한 것은 맞다. 정부가 직접 내주는 대출이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은행 재원을 활용한 간접 지원액인 이차보전 사업비가 1322억원이나 늘어난다. 이차보전은 정책대출과 시중 은행대출 간 금리 차이를 메워주는 사업이다. 정부가 일부 이자를 지원하기에, 수십 배의 레버리지 효과를 낸다. 국토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차보전 방식을 활용한 버팀목 대출의 잔액은 내년 67조원 정도다. 올 상반기가 54조원 규모였다.
정책대출이 청년이나 서민층 주거 사다리로 작동한다는 얘기도 틀렸다. 개인 혹은 가구 단위로 본다면 낮은 금리의 정책자금을 활용해 더 비싼 집, 나은 주거환경으로 단계를 밟아 나간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사회 전체로 시선을 넓히면 다른 얘기가 된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확산한 전세대출은 인위적으로 전세시장을 키웠다. 정책대출 특성상 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다세대·다가구로 유입되는 경향이 많은데, 이 경우 임차인에게 대출 여력이 생기자 임대인은 보증금을 올렸다. 하위 주택 층위에서 전셋값이 올라가자 시차를 두고 아파트 전셋값이 뛰었다. 전세가 뛰자 집값도 덩달아 뛰었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빚내서 집사라'는 고위 관료의 인식이 회자된 적이 있다. 여기에서 확장해 '빚내서 전세를 구하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상황이 됐다. 빚으로 쌓아 올린 주거시장의 불안 징후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청년이나 신혼부부 주거의 질은 나아지지 않았다. 최근 나온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청년·신혼부부의 자가점유율, 최저주거미달가구 비중, 1인당 주거면적 등 주거안정 수준을 보여주는 모든 지표가 한 해 전보다 뒷걸음질쳤다. 고령층이나 전체 가구의 평균치가 올라가는 것과 대비된다. 정부나 정치권이 청년·신혼부부를 겨냥해 내놓은 대출 위주의 정책은 결과적으로 시장을 왜곡해 주거불안을 가중시켰다. 김 실장은 딸을 엮었다고 화를 낼 게 아니라 차분히 이런 점을 짚었어야 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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