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 시장 선거에서 34세 조란 맘다니가 승리했다. 뉴욕 최초로 이슬람 신자가 시장이 되었다. 사회민주주의자임을 자처하는 맘다니 시장은 민생과 복지 관련 공약을 다수 내세웠다. 시내버스를 무료화하겠다는 약속은 특히 큰 호응을 얻었다.
도시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으로는 아무래도 자전거나 버스보다 지하철이 먼저 떠오른다. 20세기에 형성된 뉴욕, 런던, 파리, 도쿄, 모스크바 등 대도시의 이미지는 지하철과 관련이 있었다. 21세기에 형성된 서울을 비롯한 아시아 수많은 도시의 최첨단 이미지 역시 새롭고 편리한 지하철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버스 역시 도시의 교통수단으로 늘 관심의 대상이다. 서울의 버스 전용차선 도입이나 맘다니 시장의 버스 무료화 시도가 주목을 받은 것도 그만큼 시민의 일상에서 버스 비중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크게 볼 때 도시의 교통은 지하철이나 버스로 대표되는 대중 교통망과 자동차로 나뉜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는 이미 20세기적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에 들어온 이래 시간이 흐르면서 도시의 교통수단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 같은 초소형 이동 수단의 증가다. 이른바 '마이크로모빌리티'이다.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떠올리면 자동으로 등산복처럼 활동하기 편한 복장과 헬멧을 착용하고 장갑이나 안경 등 관련 장비를 장착한 모습이 떠오른다. 일상적인 교통수단이라기보다 주말 나들이처럼 즐기는 아웃도어 취미로 여기기도 한다. 도시의 복잡한 도로가 아닌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따라 달리거나 한가로운 시골길이 어울릴 법도 하다.
하지만 이미 자전거는 도시 교통 수단으로 꽤 많이 이용되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도시 교통 수단으로 자전거는 주목받고 있다. 전동자전거가 발달하면서 그 속도는 더 빨라졌다. 일반 자전거와 비교해 힘이 덜 들어 땀을 많이 안 흘리게 되어서 반드시 전용 옷차림을 갖추지 않고 일상복을 입고 탈 수 있게 된 것 역시 증가 속도에 기여했다. 전동킥보드 사용자가 급증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 비롯한다.
마이크로모빌리티가 이미 발달한 도시로는 암스테르담과 도쿄를 꼽을 수 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가 인용한 2022년 논문에 의하면 도시 교통수단 중 자전거 비중이 암스테르담은 약 30%, 도쿄는 약 20%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런던과 캐나다의 몽레알은 3% 남짓, 뉴욕은 1.5% 정도에 그쳤다. 예로부터 자전거 대국으로 알려진 중국의 수도 베이징은 1986년 63%였다가 오늘날에는 오히려 6.5%로 줄었다. 하지만 세계 주요 도시들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높은 비율을 보여주고 있으며, 최근 들어 자전거 전용 차선 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어 다시 증가세를 보인다.
도시의 크기, 인구 밀도, 경제 구조 등 비슷한 점이 많은 서울과 도쿄의 자전거 사용 비율이 크게 다른 것은 꽤 흥미롭다. 도쿄 시민들은 매우 오래전부터 지하철이나 전철이 대중교통의 핵심이었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지하철이나 전철을 타고 출퇴근을 했다. 집에서 지하철이나 전철역까지 자전거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도시가 주로 평지로 이루어져 자전거 타기 쉽다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암스테르담처럼 자전거 이용이 많은 도시가 대체로 평지 중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마이크로모빌리티는 장점이 매우 많다. 무엇보다 친환경적이다. 전기 망에 부담이 되지 않으며 탄소배출도 하지 않는다. 도시 공간 측면에서 볼 때도 유리하다. 자동차 한 대의 주차 공간에 몇 대의 주차를 해결할 수 있고, 차선 하나에 몇 대를 흡수할 수 있으니 공간 효용이 높다. 소음이나 매연도 없어 도시 환경에 매우 유익하다. 이용자는 어떨까. 일상생활에서 운동할 수 있으니 건강에도 이롭다. 비나 눈이 올 때 이용하기 불편하고, 자동차와 같은 차선을 이용할 때 위험하며, 인도에서 운행할 때 보행자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부분 등을 단점으로 꼽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여러모로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더 많다.
서울은 어떨까. 자전거 이용자들이 꽤 있긴 하지만 마이크로모빌리티 차원으로 보자면 아직 초기 단계다. 교통수단 비율로만 보면 2%를 차지하고 있어 낮은 편이다.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마이크로모빌리티 비율을 늘리려면 파리의 사례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2018년 파리의 자전거 이용 비율은 3% 남짓이었는데, 2023년 11%로 증가한 뒤 계속 늘어나고 있다. 파리 외곽까지의 교통량까지를 대상으로 넓히면 그 비율은 14%에 달한다. 파리를 포함한 그 인접 지역을 놓고 볼 때 자전거 이용이 자동차 이용을 앞지른 것으로 나오기까지 한다. 파리는 2024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올림픽경기장과 파리의 유명 장소를 자전거로 연결하는 전용 차선망을 만들고, 주차 시설에도 크게 투자했다. 대여해서 탈 수 있는 공용 전동 자전거 대수를 늘린 것도 증가세에 일조했다. 결과적으로 자전거 이용 비율이 늘어나고 그만큼 자동차 비중이 줄면서 매연은 물론 도시 환경이 전반적으로 개선되었다.
서울 역시 마이크로모빌리티 비율을 늘리려면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이 급선무다. 자전거 전용 차선과 자전거 주차 공간 확보가 핵심이다. 주택가 지하철역 인근에 자전거 공용 주차 공간을 늘리면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자전거로 오가는 것이 훨씬 편리해질 것이다. 자전거 전용 차선을 자동차 차선 옆에 줄 하나만 긋는 방식이 아닌, 일반 도로와 인도와는 확실히 분리해서 각각의 차선을 이용하는 이들끼리 안전을 충분하게 확보한다면 자전거를 끌고 나오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도시 중심부에서 시작하는 게 어렵다면 상대적으로 교통량이 적은 주변 도로부터 시작해 나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서울은 산과 언덕이 많고 겨울은 춥고 긴 데다 여름은 장마를 동반한다. 마이크로모빌리티 도시로 전환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 하지만, 발상을 조금만 바꿔 적극적으로 투자를 한다면 그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도시 환경 개선의 장점을 생각하면 더 미룰 일이 아니다.
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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