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에 쿠키 준대요” 급식실 파업에 도시락 싼 부모들… 유치원 급식실도 중단 [지금 교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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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에 쿠키 준대요” 급식실 파업에 도시락 싼 부모들… 유치원 급식실도 중단 [지금 교실은]
20일 서울과 세종 등 5개 시·도에서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이 진행하면서 급식실과 돌봄교실이 운영을 축소하거나 문을 닫았다. 급식이 중단된 학교들은 점심으로 대체식을 지급했지만, 일부 학교에선 식단이 부실해 학부모들은 아침 일찍부터 도시락 준비에 나섰다. 돌봄교실도 문을 닫는 학교에선 자녀를 일찍 하교시키기 위해 학부모가 반차를 낸 경우도 많았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이날 ▲서울 ▲인천 ▲강원 ▲세종 ▲충북 5개 지역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 소속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학비연대는 급식·돌봄 노동자 등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10만명이 소속된 조직으로, 교육 당국과의 집단임금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이날부터 4일간의 릴레이 총파업을 예고했다.
지난 2024년 12월 학교 비정규직 파업으로 급식실이 문을 닫자 경남의 한 초등학생이 점심으로 빵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파업은 17개 시·도에서 각 하루씩 총 4일간 진행된다. 이튿날인 21일에는 ▲광주 ▲전남 ▲전북 ▲제주에서 파업이 진행되고, 다음 달에는 4일 ▲경기 ▲대전 ▲충남, 5일 ▲경남 ▲경북 ▲대구 ▲부산 ▲울산에서 파업이 예정돼있다.

이날 급식실이 문을 닫는 학교들은 빵 등 대체식을 준비했다. 다만 일부 학교는 대체식이 간식 수준으로 지급돼 학부모들의 우려도 컸다. 세종의 한 중학교는 점심으로 쿠키와 에너지바, 초코파이 등을 준다고 공지했다. 한 학부모는 “중학교라 수업이 오후 늦게 끝나고 한창 잘 먹는 아이인데 배고플 것 같아 김밥을 따로 준비했다”며 “샌드위치 정도만 줘도 괜찮을 텐데 간식 수준으로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들은 대량으로 대체식을 준비하다 보니 김밥 등 상할 수 있는 식품은 위험할 수 있어 카스텔라, 머핀 등 변질 우려가 적고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식품 위주로 준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날 많은 학부모가 따로 도시락을 준비했다. 세종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는 “점심에 카스텔라랑 우유가 나온다는데 학교 끝나고 돌봄교실도 안 해서 돌봄교실 간식도 없다”며 “학교 끝난 뒤 혼자 도서관에 있다가 학원에 가야 하는데 중간에 아이가 뭘 사 먹을 수도 없어서 일찍 일어나 김밥을 싸줬다”고 말했다.

특히 학교에서 저녁 급식까지 하는 고등학교나 기숙사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온종일 간편식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녀가 고교 기숙사에 있다는 한 학부모는 “평소 학교에서 아침, 점심, 저녁을 다 먹는데 식단표를 보니 종일 머핀 같은 것만 나온다고 해서 도시락을 싸서 가져다주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번 파업에는 국공립 유치원 소속 급식 노동자들도 동참한다. 일부 유치원은 아예 학부모들에게 “간단한 간식만 제공되니 점심 도시락을 싸오라”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유치원 학부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침에 출근해야 하다 보니 도시락 싸 보내기도 쉽지 않고 유치원도 어수선한 것 같아 그냥 친정 부모님께 집에 와달라고 하고 아이를 보내지 않았다”는 글을 남겼다.

일부 학교는 돌봄교실이 운영을 중단하면서 맞벌이가정은 자녀 돌봄에도 비상이 걸렸다. 교육부가 각 학교가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도록 하면서 교직원이 돌봄교실에 투입되거나 돌봄교실을 합반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 학교는 아예 돌봄교실 문을 닫았다.

세종의 한 초등학교의 경우 하교 후 학생들은 학교 도서관에서 머물 수 있지만 귀가 지도 등은 이뤄지지 않고, 도서관도 오후 4시40분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평소 돌봄교실에 있다가 방과후수업을 듣거나 학원에 가는 저학년은 수업이 끝난 뒤 혼자 도서관으로 이동해 머물다가 알아서 귀가해야 한다.

이 학교 1학년 학부모 A씨는 “원래 아이가 돌봄교실에서 간식을 먹고 시간을 보내다 선생님이 알려주면 방과후수업을 들으러 가는데 혼자 도서관에 있다가 시간을 보고 이동하기가 힘들 것 같아서 돌봄교실과 방과후수업 모두 빠지기로 했다”며 “반차를 내고 아이를 일찍 데리러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매년 되풀이되는 파업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한 중학교 학부모는 “아이가 초등학교때부터 거의 매년 한 번씩 파업이 있는 것 같다. 이렇게까지 안 하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니 오죽하면 파업을 할까란 생각이 들지만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왜 이럴 수밖에 없나 답답한 것도 사실”이라며 “교육부나 교육청도 파업까지 이르지 않도록 협의를 잘하고, 노조 분들도 한발 양보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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