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그마한, 서로 간의 내부적인 일을 가지고 왜 집착해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민영 당 미디어대변인의 장애인 혐오 발언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자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의 귀를 의심하게 하는 내용이었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송 원내대표의 반응을 놓고 안일한 인식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정기국회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열린 제1야당 원내대표 기자간담회에서 박 대변인 문제에 질문이 집중된 건 그만큼 사안이 엄중하다는 방증이다. 현직 비례대표이자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자당 대변인을 장애인 비하 문제로 고소한 사건을 가벼이 여길 수 있겠는가.
문제의 발단은 지난 1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대변인은 이날 극우 성향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예지 의원을 직격했다. 박 대변인은 김 의원을 향해 "눈 불편한 것 빼고는 기득권"이라고 했고, "약자성을 무기삼는다"고 했다. 박 대변인은 "장애인인 걸 천운으로 알아야 한다"는 방송 진행자의 말을 제지하기는커녕 호응하는 모습도 보였다.
장애인 단체의 거센 반발이 이어질 정도로 논란은 일파만파 번졌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공당 대변인이 장애인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의 다른 의원과 최고위원까지 박 대변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바라봤다. 박정하 의원은 "표현의 수준과 인식이 상식을 벗어난 문제"라고 했고, 양향자 최고위원도 "엄중 경고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러한 당 내부의 비판 목소리와는 달리 국민의힘 대표와 원내대표 등 당의 투톱은 안이한 대처로 논란을 증폭시켰다. 장동혁 대표는 박 대변인 사의를 반려하고 엄중 경고하는 선에서 사안을 정리하려고 했다. 송 원내대표도 '자그마한 일'로 치부하는 등 당 내부의 비판 목소리와는 결이 다른 태도를 보였다.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쇄신을 강조하던 국민의힘은 민심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그런 태도로는 12·3 비상계엄으로 덧씌워진 '내란 정당'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정치인의 말과 행동은 그 자체로 정치다.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인물을 당 지도부가 감싸는 듯한 지금의 모습은 국민에게 부정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박 대변인 발언도 심각하지만, 이후 당 투톱의 대처는 곱씹어 볼 부분이다. 장애인들은 이미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이번 일을 유야무야 넘긴다면 장애인에 관한 사회적 편견은 더 짙어질 수 있다. 그런 세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정치의 역할 아닌가.
장보경 기자 j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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