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현이 길 닦고 김한모가 넓힌다…K디벨로퍼 '글로벌 진화'[부동산At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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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현이 길 닦고 김한모가 넓힌다…K디벨로퍼 '글로벌 진화'[부동산AtoZ]

국내 1세대 디벨로퍼인 문주현 엠디엠(MDM) 그룹 회장과 차세대 주자인 김한모 HM그룹 회장이 국내 부동산 시장 위기를 타개할 해법으로 각각 '콤팩트 시티(Compact City)'와 '글로벌 영토 확장'을 제시했다. 땅값 급등과 규제 강화로 성장이 정체된 국내 시장을 넘어 도시 체질을 바꾸거나 해외로 눈을 돌려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는 '생존 전략'이다.


문 회장은 20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한국디벨로퍼협회(KODA) 창립 20주년 기념행사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개발 패러다임의 전환을 촉구했다.


문 회장은 "고도 성장기에 유효했던 신도시 건설 등 수평적 확장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시대인 지금 자원 낭비와 구도심 공동화를 초래한다"며 "이미 인프라가 갖춰진 도심의 용적률을 높여 주거·업무·문화를 한곳에 집약하는 '콤팩트 시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회장은 그 구체적인 사례로 서초구 서리풀 복합단지 개발 사업을 꼽았다. 그는 "8년간 8번이나 유찰되며 방치됐던 3만평 부지가 수익성 높은 아파트를 짓지 못한다는 약점 때문에 외면받았지만,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아 업무와 문화가 결합한 친환경 비즈니스 복합단지로 재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경기 의왕시 백운호수 숲속의 아침과 광교신도시 레이크시티 주상복합 사례를 들며, 단순한 주거 공급을 넘어 은퇴 세대와 젊은 층이 어우러지는 '3세대 공존형 커뮤니티'가 미래 주거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 회장은 국내 디벨로퍼 업계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98년 자본금 5000만원짜리 분양대행사에서 출발해 개발·신탁·자산운용·리츠·캐피털을 묶은 종합 부동산 금융 그룹으로 키워냈다. 엠디엠을 자산 8조원대, 재계 63위의 국내 최대 디벨로퍼로 올려놓았고 2021년 업계 최초로 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집단 지정도 받았다. 그는 3·4대 협회장을 지낸 뒤 현재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문 회장이 국내 도시의 내실을 다지는 해법을 제시했다면, 김한모 HM그룹 회장은 이날 좌담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돈 기업인 쿠슈너 컴퍼니와의 협업 배경을 공개하며 국내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김 회장은 "국내 시장은 토지비와 공사비가 급등하고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는 반면 자본 조달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국내에만 머물다가는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위기감에 미국행을 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쿠슈너 컴퍼니 회장과의 첫 미팅 당시를 회상하며 "미팅 직후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직원에게 '이거 하자'라고 즉시 지시했을 만큼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는 단순 투자를 넘어 단독 제너럴 파트너(GP)로서 해외 시장을 주도하는 'K디벨로퍼'로 성장하겠다"고 했다.


HM그룹은 미국에서 두 건의 대형 개발 사업을 쿠슈너 컴퍼니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자회사 칸서스자산운용을 통해 뉴저지 저지시티의 초고층 주상복합 '원 저널 스퀘어' 개발 사업에 참여한 데 올해 1월 마이애미 엣지워터 지역의 고급 주상복합 단지 '더 해밀턴'을 인수했다. 인수대금은 약 1억9000만달러(약 3000억원)로, 쿠슈너 컴퍼니와 함께 보통주 투자에 참여했다.




트럼프 사위와 손잡은 후배, 장남 만난 선배

김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 사위인 쿠슈너와 손을 잡았다면, 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직접 소통하고 있다. 문 회장은 지난 4월 서울에서 트럼프 주니어와 단독 회담을 갖고 한미 개발 사업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K-디벨로퍼'의 해외 진출 물꼬를 먼저 튼 것은 문 회장이다. 문 회장은 김 회장에 앞서 이미 2018년부터 국내 시장의 포화 상태를 직감하고 국내 업계 최초로 미국 현지에 투자 대상 발굴을 위한 실사단을 파견, '글로벌 디벨로퍼' 초석을 다졌다.


엠디엠그룹은 2019년 미국 LA 노스피게로아 일대 창고 부지를 매입해 공유형 창고와 신개념 오피스, 임대주택을 짓는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문 회장은 단순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글로벌 부동산 투자회사인 거캐피털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해 직접 시행을 주도하며 한국 디벨로퍼의 역량을 입증했다.


당시 문 회장은 "국내 부동산 경기는 하강하고 있고 규제도 많아 해외에서 직접 디벨로핑해 고수익을 노리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며 현재 김 회장이 지적한 문제의식을 6년 전부터 공유해 왔다. 문 회장이 닦아놓은 '해외 진출'이라는 길 위에서 후배인 김 회장이 쿠슈너라는 강력한 파트너와 함께 그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셈이다.


쿠슈너 "내년 트럼프發 금리 인하…기관 투자자 복귀"

이날 행사에 참석한 로랑 모랄리 쿠슈너 컴퍼니 최고경영자(CEO)는 김 회장의 이러한 결정이 적기였음을 시사하는 시장 전망을 내놓았다. 모랄리 CEO는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연방준비제도(Fed)의 임무는 금리를 낮추는 것"이라며 "2026년에는 금리가 내려가고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에쿼티(지분) 투자 시장에 대거 복귀해 유동성이 풍부해질 전망"이라고 했다.


그는 "이미 올해 초 6.5%였던 미국 개발 대출 금리가 지금은 4.5%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기준금리가 다소 낮아진 데다, 가산금리(스프레드)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함께 참석한 니콜 쿠슈너 마이어 경영총괄은 트럼프 대통령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의 동생으로, 쿠슈너 가문 핵심 경영진이다. 그는 성공적인 개발의 3대 원칙으로 입지 최우선, 지역사회 통합, 고급 라이프스타일을 꼽았다. 마이어 총괄은 "미국은 앞으로 450만가구의 추가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며 장기 성장성을 강조했다. 이어 "다세대 임대주택(멀티패밀리)은 인플레이션에 따라 월세가 오르기 때문에 자산가치 방어가 유리하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든다"며 한국 디벨로퍼에게 매력적인 투자 기회라는 점을 내비쳤다.


한편 협회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협회명을 한국부동산개발협회에서 창립 당시 이름인 한국디벨로퍼협회로 변경했다. 김승배 협회장은 "이제 디벨로퍼는 단순히 공간을 창조하는 자를 넘어 사회적 가치와 미래 세대의 삶을 설계하는 산업으로서 그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며 "미래 세대의 신뢰를 얻기 위해 책임성과 윤리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했다. 행사에는 국내외 디벨로퍼 관계자 1000여명이 참석했다.


문 회장은 이날 협회 산하 국내 최초 부동산개발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부동산개발산업연구원(K-REDII) 초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디벨로퍼는 도시라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며 "국내외를 넘나드는 혁신과 도전으로 대한민국을 글로벌 도시 경쟁력 1등 국가로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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