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 수뇌가 약 6년 만인 4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측 관계를 운명공동체로 규정하며 공동 이익을 함께 수호하자고 선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공정한 입장을 높이 평가한다”며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유엔 등 다자 플랫폼에서 계속 조정을 강화해 양측의 공동이익과 근본이익을 수호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조(북·중)가 운명을 함께 하고, 서로를 지켜주는 좋은 이웃이자 친구이자 동지”라며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국은 줄곧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견지해왔으며, 계속해서 조선(북한) 측과 조정을 강화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북·중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복원을 넘어 국제사회에 전략적 동반자라는 인식을 각인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조선중앙통신도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해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국제·지역 문제에 있어서의 전략적 협조 강화와 공동이익 수호에 대해 언급했음을 강조했다.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이에 대해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3일 중국의 80주년을 전승절을 맞아 66년 만에 톈안먼(天安門) 망루에서 이뤄진 북·중·러 정상회동에 동참한데 이어 같은 날 북·러, 4일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사실상 중·러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은 듯한 양상이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과거 1∼4차 방중 때의 정상회담과 달리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 시 주석이 지지한다고 했던 내용이 사라졌다.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비핵화 언급은 없었다. 김 위원장은 오히려 북·중 회담에서 ‘유엔 등 다자 플랫폼에서의 계속 조정 강화’를 언급함으로써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무력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법 준수 의무가 막중한 중·러의 무책임한 행보를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북·중 수뇌는 이번 회담에서 대규모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양국의 호혜적 경제무역 협력을 심화해 더 많은 성과를 거두기 희망한다”고 했다. 북한이 직면한 현안인 경제협력과 지원 문제가 주요 의제였음을 보여준다. 파병을 통해 러시아의 군사안보 지원을 획득한 북한이 중국의 경제지원을 이끌어내는 ‘안러경중(안보는 러시아, 경제는 중국)’ 노선이 뚜렷해진 것이다. 비핵화 논의는 실종된 상황에서 중국의 거대한 선물보따리가 북한에 새로운 활로를 제공할 것은 뻔하다.
중국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푸틴 러시아 대통령. 조선중앙TV 캡쳐 북한이 ‘고난의 행군’ 위기에 직면한 1990년대 중반 이래 체제경쟁은 끝났다는 낙관적 분위기에서 자신감 있게 전개해온 대북 정책의 수정 여부를 검토할 시점을 맞고 있다. 중·러의 묵인, 미국의 방관 속에서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는 북한의 제1표적은 한국이 될 수밖에 없다. 6자 회담을 포함해 지난 30여 년간 국제사회가 전개해온 북한 비핵화 정책이 실패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실질적으로 대응하는 현실적 준비가 필요하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우라늄 농축·재처리 관련 족쇄를 풀고, ‘평화적 이용’의 예외를 적용해 핵추진 잠수함 보유 등 핵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조건 마련이 급선무다. 한·미·일의 강철 같은 안보연대는 물론 호주, 뉴질랜드, 영국 등 자유와 민주주의가치를 공유하는 민주자유진영의 결속을 통해 북한이 오판할 수 없도록 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환경 조성도 중요하다. 김청중 기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