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길 산책]연극 공연의 '심미적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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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길 산책]연극 공연의 '심미적 효과'

2025년 가을,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한 달 남짓 진행됐고 서울아트마켓, 서울문화재단의 어텀 페스타, 월드 2인극 페스티벌, 서울미래연극제 등등 축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년을 결산하며 전국 곳곳의 도시와 지역의 문화재단이 주도하는 공연들 및 각종 지원금을 수혜한 민간단체들도 한 해가 저물기 전 공연을 마무리하느라 분주하기만 하다. 이처럼 풍성한 연극과 공연의 잔치를 우리 국민들 중 어느 정도가 향유하고 있을까. 지난 통계에서는 전 국민의 1% 남짓만이 연중 공연예술을 향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수치는 오늘날 다소 상향됐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대부분의 공연장에는 20~30대 관객들이 대부분이다. 스타성이 있는 배우가 출연하는 뮤지컬이나 연극 경우 소위 '회전문' 관객들이 그들이 사랑하는 배우의 연기를 거듭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다. 그 밖에도 정성껏 공연을 만드는 것으로 지명도가 있는 극단들의 경우, 티켓 오픈과 동시에 속속 매진되는 사태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러한 극성 관객들로 인하여 우리 공연예술이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무수한 연극 공연들이 오늘 우리 관객들에게 무엇을 주는 것일까. 무릇 예술이 주는 효능을 미학에서는 '심미적 효과'라고 칭한다. 예술 감상을 통한 '만족감(快)'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는 보고, 듣고, 맡고, 맛보고, 느끼는 감각을 통한 만족감에서 출발해, 중압된 감정의 해소를 뜻하는 '카타르시스', 그리고 '인식'의 쾌감에 이르기까지 다층적이다. 프랑스의 저명한 연극축제인 아비뇽 축제(Festival d'Avignon) 경우, 아비뇽 주민들은 외부로 피신을 가기도 하지만 반면 전 세계로부터 무수한 연극 애호가들이 교황청을 품에 안은 고도를 찾는다. 1947년 빼어난 연극인 장 빌라르(Jean Vilar)에 의하여 창시된 이 축제는 일상의 공간을 활용한 '변신'의 무대를 주축으로 해 삶의 현실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발상의 축제이다. 그러나 근 80년 역사를 축적해 오며, 순수한 예술 감상의 심미적 만족감만이 아닌 문화를 즐기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자기만족' 혹은 과시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시선도 있다.


그 어떤 이유로 공연장을 찾던 관객은 공연계에 있어 소중하기 짝이 없다. 오늘 우리의 관객들이 관극을 통해 충만한 미학적 만족감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세익스피어는 "세상 모두가 무대(All the world is a stage)"라는 표현으로서 사회 속에 투영되는 연극성, 혹은 연극 속에 투사되는 사회에 대해 시사하고 있다. 연극을 통한 인식의 쾌감에는 유한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너른 세상 혹은 초월적 세계 등에 대한 '깨달음'이 큰 몫을 차지한다.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대학로예술극장과 벽산문화재단의 공동 기획 공연 '묵티'(김윤식 작·강량원 연출·극단 동·2025년 11월1~9일)를 관극할 기회가 있었다. 2024년 벽산예술상 희곡상 수상작인 작품은 다소 상징적인 전개 방식으로 한 연근 밭 이주노동자들의 서사를 펼쳐보인다. 이미 지난해에 완성된 희곡이지만 2025년 9월4일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우리나라 작업 인력에 대한 구금 사태까지도 예언하듯 은유하고 있어 객석에서 소스라쳤다.


연극은 이처럼 유한한 시공을 초월해 세상과 우주에 대한 인식을 최대한 확장한다. 삶의 한정된 틀 안에 갇힌 채 살아가기에 단 한 번뿐인 나의 삶이 너무도 소중하다면 자주 극장을 찾으시기를.


이화원 (한국연극평론가협회 회장, 경계없는예술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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