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중이던 한 승합차에서 불이나자 119소방대원들이 출동해 진화하고 있다. 전북도소방본부 제공 전북도 소방본부가 최근 10년(2015~24년)간 관내에서 발생한 차량 화재 2276건을 분석한 결과, 겨울철(12~2월)이 536건(24%)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시기에는 배터리 출력이 떨어지고, 전기계통 부하가 증가해 화재 가능성이 평소보다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화재 원인을 보면 엔진·전기 계통 결함이 309건(57.6%)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로 인한 재산 피해는 47억6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차량 한 대당 평균 890만 원 수준이다.
발생 시기는 한파가 집중되는 1월이 187건으로 가장 많았고, 12월 181건, 2월 168건 순이었다. 그 시간도 낮 시간대인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가 높았다. 전체 겨울철 화재의 35.6%(191건)가 이 시간대에 집중됐다. 특히 12시부터 오후 2시 98건, 오후 5시부터 5시 93건으로 집계됐다.
소방본부는 “히터·열선 사용으로 전기 부하가 장시간 유지되고, 주행 직후 열이 식지 않은 상태에서 주차와 재시동이 이뤄지면서 위험 요소가 겹친다”고 분석했다.
발화 원인을 살펴보면 기계적 요인이 189건(35.3%), 전기적 요인이 120건(22.4%), 부주의가 71건(13.2%) 순으로 나타났다. 주요 세부 원인은 과열·과부하(127건), 교통사고(61건), 미상(59건), 미확인 단락(55건), 절연열화 단락(23건) 등으로,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대표적 위험 요인으로는 엔진 과열·마찰과 오일·연료 누설, 배선 합선, 접속부 불량 등이 꼽혔다. 장소별로는 일반도로가 275건으로 가장 많았고, 고속도로 96건, 주차장 79건, 빈터 53건 순이었다.
소방본부는 “노후 차량일수록 주행 중 진동과 마모로 절연 손상·연료 누설 가능성이 높다”며 “고속도로 화재는 확산 속도가 빨라 초기 진압이 어렵고, 밀폐된 주차장 화재는 유독가스 농도가 급격히 높아져 인명 피해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겨울철 차량 화재 예방을 위한 수칙으로는 △배터리 단자·전선 연결부 정기 점검 △시동 전 히터·열선 전원 차단 △시동 직후 고부하 전기기기(열선·전좌석 난방) 동시 사용 자제 △비공식 차량용 난방기기 사용 금지 △오일·연료 누설 여부 확인과 노후 호스·배선 교체 등을 제시했다.
또한 주행 중 타는 냄새나 연기 등이 감지되면 즉시 갓길 정차 후 119에 신고하되, 보닛을 직접 열어 확인하려는 행동은 오히려 산소 공급 증가로 화재 확대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오숙 전북도소방본부장은 “겨울철 차량 화재 대부분은 기계·전기 결함에서 시작된다”며 “작은 정비 소홀이나 노후 부품 방치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사전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