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오현 IBK기업은행 감독대행. 사진=KOVO 제공
여오현 IBK기업은행 감독대행. 사진=KOVO 제공 부진의 늪에 빠진 여자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이 사령탑 자진 사퇴라는 극약 처방으로 반전을 일으킬 수 있을까. 여오현 감독대행의 어깨가 무겁기만 하다.
막강한 우승 후보였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최하위였다. 최근 7연패, 결국 김호철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지난 22일 현대건설전 패배 후 구단에 사퇴 의사를 전달했고, 구단이 이를 수용했다. 여오현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임시 지휘봉을 잡는다.
여 감독대행은 V리그 남녀부 통틀어 역대 최다인 625경기에 출전한 V리그의 레전드 리베로다. ‘리베로계의 교과서’라고 불릴 정도로 현역 시절 내내 정교한 수비를 뽐냈다. 여 감독대행의 매력은 코트 밖에도 있다.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플레잉코치 경험이 풍부하다. 남자부 현대캐피탈에서 뛰던 2014∼2015시즌부터 마지막 시즌이었던 2023∼2024까지 9시즌 동안 선수와 플레잉코치를 겸임했다. 늘 팀에서 솔선수범하며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조언을 했고 선수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IBK기업은행의 고민도 깊다. 사실 여 감독대행은 김호철 전 감독의 부름을 받고 IBK기업은행에 합류했다. 여자부 리그 경험이 전무하지만, 옛 스승의 제안에 망설임도 없이 달려왔다. 구단 측이 시즌 중 새 감독을 선임할 경우 코칭스태프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이는 선수단에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일단 구단 측이 새 사령탑 선임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어느 쪽이 최선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급한 건 팀을 추슬러야 한다. IBK는 시즌 초부터 대형 부상이 나오면서 흔들리고 있다. 이소영이 어깨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구단에 계약 해지를 요청한 상태다. 올 시즌 새롭게 자리 잡은 세터 김하경은 오른쪽 발목 인대 파열 부상으로 빠져 있다. 여기에 연패로 인해 선수단 분위기마저 가라앉아 있다.
다만 희망이 없진 않다. 선수들의 면면이 나쁘지 않다. 주포 빅토리아를 비롯해 임명옥, 이주아, 황민경 등 베테랑들이 포진해 있다. 최정민, 육서영 등 준수한 젊은 자원들도 버티고 있다. 연패를 끊어내고 흐름을 탄다면 얼마든지 상승 기류를 다시 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임시 지휘봉을 잡은 여 감독대행이 반전의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