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은 요즘 만나는 사람들마다 "전력산업이 K산업의 핵심 먹거리"라는 점을 설파한다. 구 회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전력 없이 할 수 있는 산업은 없다"며 "지금은 전력 그 자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전반적인 산업발전, 연구개발 등에 대해선 언론을 통해 소신을 밝힌 적이 있지만 몸담고 있는 전력산업에 대해 의견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글로벌 주요 전력기기 업체들을 예로 들면서 K전력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낙관했다. 구 회장은 "독일 지멘스, 프랑스 슈나이더, 미국 GE, 일본 히타치 같은 글로벌 전력기기 기업들의 매출이 250조원에 달하지만 한국은 LS·현대·효성을 합쳐도 20조원이 채 안 된다"며 "그만큼 성장 여력이 크다"고 말했다. 구조적인 확장국면에 진입한 만큼 국내 기업 역시 대응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전기를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생에너지 확대로 송전거리가 늘어나는 부분도 전력기기업체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는 영역이다. 구 회장은 장거리 송전 효율과 전력 품질을 높이기 위한 직류(DC) 전환이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 잡았고 기존 교류(AC) 체계도 재정비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그는 "전기가 발명된 지 140년이 됐는데, 앞으로의 140년은 교류(AC)가 아니라 직류(DC)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구 회장은 "호남 땅끝에서 발전한 100의 전기를 서울로 보낸다고 할 때 교류 방식으로는 35 정도만 도착하지만 직류로는 90 이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단지와 수요지의 거리가 멀어지는 현실에서 직류 기반 송전은 손실을 줄여 장거리 전송 효율을 높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AI 데이터센터와 제조업의 전력 품질 요구가 높아지면서 직류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제로 부상했다.
그는 직류 전환 흐름이 이미 생활·산업 전반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이미 세상은 DC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USB 충전기, 전기차, 가전제품 등 대부분의 장비가 직류로 작동한다"며 "교류에서 직류로 바꾸는 과정마다 전력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직류화는 산업 효율을 높이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전력망뿐 아니라 설비·기기·제조공정 전체가 직류 중심으로 재설계되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전력 효율과 안정성 문제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확대로 더욱 부각되고 있다. 고용량 부하가 집중되면서 기존 교류 기반 전력망의 한계가 빨리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세계적으로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LS일렉트릭은 10년 전부터 직류 차단기 초고압 변환장비 같은 신기술을 준비해 글로벌 인증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HVDC는 장거리 송전과 재생에너지 연계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기술 확보 여부가 전력기기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전력 산업이 전략 산업으로 격상되는 흐름도 이 같은 구조 변화에서 비롯된다. 산업 전반의 전기화가 가속하는 가운데 전력망 대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성장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의제로 자리잡았다.
다만 직류 전환과 대규모 송전망 확충이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핵심 부품의 상당 부분이 해외 기업에 의존하고 있고 초고압 변환설비와 전력반도체 분야는 기술 격차가 남아 있다. 데이터센터 확대 등으로 전력기기 수요가 급증했지만 변압기·배전반의 공급 기간이 길어지는 상황도 지속되고 있다. 직류 설계·변환 분야 인력 부족 문제 역시 산업계가 공통으로 지적하는 사안이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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