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경영]캄보디아 범죄의 배후, '푸난 테코' 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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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캄보디아 범죄의 배후, '푸난 테코' 운하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준 캄보디아 범죄 사태를 두고 정작 당사국인 캄보디아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캄보디아 범죄 단지인 '웬치'를 중국 범죄조직들이 이끈 정황이 나왔음에도 중국 정부에 어떠한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 중국과 캄보디아 정부는 이제서야 라오스, 미얀마, 태국, 베트남 등 인접국들과 연계해 웬치 단속에 나선다고 발표했고, 그 사이 범죄조직 수장으로 알려진 프린스그룹의 천즈 회장을 비롯한 조직원들은 모두 도망쳐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번 캄보디아 범죄 규모나 자국민 피해, 캄보디아의 대외이미지 손상 등을 고려하면 중국 정부에 강하게 항의할만 하지만 오히려 양국은 협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캄보디아 정부는 중국과의 '철통같은 우정'이 변함없으며 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핵심 프로젝트인 '푸난 테코' 운하 사업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길이가 180km인 이번 운하 사업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흐르는 메콩강과 남부 해안지대를 연결하는 공사다.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도로교량공사(CRBC)가 공사비 전액 17억달러(약 2조5000억원)를 내기로 하고 지난해 8월 착공에 들어갔다. 그런데 미국과 베트남 정부가 착공 시작부터 강하게 항의했다.


항의한 이유는 중국의 군사적 이용 가능성 때문이었다. 중국 정부는 2023년 캄보디아 서남부 해안지대인 레암 지역에 해군기지를 건설했는데, 이 운하까지 열리게 되면 중국 본토와 해군기지가 전략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유사시 중국군이 중국 서남부에서 시작되는 메콩강을 타고 프놈펜까지 이동한 후, 다시 운하를 타고 레암 해군기지까지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베트남 정부는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표면에 세우고 실제로는 미국의 '제1도련선(First island chain)'을 깨트리기 위한 군사작전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제1도련선은 한국과 일본, 대만,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의 도서 지역들을 연결하는 미국의 동아시아 방어축이자 대중국 봉쇄망을 의미한다. 캄보디아의 레암 해군기지는 바로 이 제1도련선 배후에 위치해 운하 개통으로 제1도련선은 무력화될 수 있다.


의혹이 커지자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운하 사업이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아닌 국가사업이라고 말을 바꿨다. 중국의 운하 사업 지원방식도 간접적 형태로 바뀌었다. 이후 프린스그룹을 비롯해 중국 범죄조직을 배후에 둔 카지노들이 캄보디아 정부와 긴밀하게 연결되기 시작했다.


캄보디아 범죄집단의 자금은 민간 금융그룹 후이원(Huione)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이곳의 이사진 중 한명인 훈토 이사는 캄보디아 수장인 훈마넷 총리의 사촌동생이다. 캄보디아 정계 인사들도 후이원과 깊게 연계돼있다. 미국과 서방 정보당국은 운하사업 대금 중 상당 금액이 범죄집단에서 나왔다고 보고 자금원을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했지만 캄보디아 정부는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캄보디아 범죄집단의 배후에 미중간 동남아시아 패권 분쟁이 있는 셈이다.


두 강대국의 패권 분쟁이 앞으로 심화할수록 두 나라의 전선 지역에 위치한 나라들은 캄보디아와 유사한 국제범죄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중 관계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기 전까지 캄보디아 범죄집단 문제가 완벽히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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