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이미지 [사진=챗GPT] 이른바 '이자 장사'를 펼치던 은행이 더 이상 손쉽게 이자이익을 벌어들이기 어렵게 됐다. 정부 포용금융과 맞물려 대출로 발생하는 비용 중 상당 부분을 오롯이 은행이 떠안으라는 압박이 점차 거세지면서다. 이젠 가산금리 항목까지 통제당할 위기에 놓이며 은행들은 내년도 사업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내년 중도상환 수수료율을 어떻게 조정할지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금융 소비자는 약정 기간 보다 일찍 대출을 갚을 시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그간 바뀐 실비용을 고려해 내년 수수료율을 재산정하는 것이다. 이는 내년 1월 은행연합회를 통해 공시된다.
이를 두고 은행들은 수수료율을 추가 인하하긴 부담스럽다면서도 내년에 더 내리는 방향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취약계층을 강조하는 정부의 포용금융 정책으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9월에도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예대금리차 확대와 관련해 “금융권이 스스로 고민하고 응답해야 한다”며 포용금융을 강조하자 은행들은 잇따라 수수료율을 내렸다.
이처럼 은행들이 중도상환 수수료를 재산정하는 건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수수료 개편방안 때문인데 추후 매년 중도상환 수수료율을 내려야 하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개정한 금융소비자보호 감독규정에 따라 매년 1월 수수료율을 재산정해야 하고, 그때마다 정부 눈치보기가 반복될 것이란 말이다.
이미 중도상환수수료율은 0%대까지 떨어져 은행들은 비용 부담을 고심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1.43%였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등 담보대출의 평균 중도상환 수수료율은 현재 0.40~0.73%를 형성하고 있다. 상단 기준으로 봐도 중도상환 수수료율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또 고정금리 신용대출의 중도상환 수수료 역시 지난해 평균 0.95%에서 0.01~0.76%로 낮아졌다.
문제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가산금리까지 더 조여야 한다는 데 있다. 오는 27일 여야는 합의를 통해 국회 본회의에서 은행법 개정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은데, 여기엔 가산금리 항목에서 법적 비용 일부를 제외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급준비금, 예금보험료, 각종 기금 출연료 등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결국 대출 전후 과정에서 은행이 부담하는 비용이 점차 커지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은행권은 내년 사업계획을 짜기 시작했지만 이처럼 바뀌고 있는 ‘대출 공식’에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이전과 같은 마진 전략을 세운다고 해도 중도상환 수수료, 가산금리 등 변수가 이익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가늠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은행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은행의 세전이익이 최대 10% 줄어들 것으로 추정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벌써 두 차례에 걸쳐 중도상환 수수료를 낮췄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며 “대출을 내줄 땐 부가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많은데 단순히 가산금리만 내리면 은행의 이익 감소, 금융지주의 주주환원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김수지 기자 sujiq@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