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국민의힘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1년을 앞두고 강성 지지층 결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도부는 연말까지 콘크리트 지지층을 다져놓고 내년 초부터 중도 확장으로 방향을 튼다는 계산이지만, 당내에서는 지지율이 20%대 중반에 머문 상황에서 내년 지방선거에 독이 될 수 있다는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한동훈 역할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지만, 현 지도부 체제에서는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원내 기류만 봐도 강경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최수진 원내대변인은 24일 의원총회 직후 "강경 투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며 "12월에 민주당이 '악법'을 대거 처리하려 할 텐데 제1야당으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향후 대여 투쟁 관련 모든 사안도 원내대표단에 일임하기로 했다.
문제는 강성 기조가 길어질 경우다. 강경 메시지가 고착되면 중도층을 설득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선거 직전에 급히 기조를 바꾸면 유권자들에게 '표 때문에 말 바꿨다'는 인상만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수도권·충청처럼 중도층 비중이 큰 지역에서는 '선거용 전환'이 오히려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전날 부산 사상구 동서대 센텀캠퍼스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곧 계엄 1년인데 상대가 아무리 잘못하더라도 계엄으로 정권을 스스로 헌납한 것은 잘못"이라며 "국민에게 사과하는 걸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박 시장이 현 지도부에 기조 전환을 요구한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반면 지도부는 여전히 '중도 확장하기에는 이르다'는 판단을 유지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당 소속 전국 원외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 "민주당은 내년 지선까지 내란 프레임으로 계속 싸울 것"이라며 "우리가 끝내겠다고 해서 끝낼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강하게 대응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당 일각에서는 '한동훈 역할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강성 메시지만으로는 중도 확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문제 의식이 커지면서 지선과 재보궐을 앞두고 한 전 대표의 등판이 거론되는 것이다.
하지만 장동혁 체제에서 한 전 대표의 조기 복귀는 쉽지 않다는 회의론도 동시에 존재한다. 친한(친한동훈)계 의원은 아주경제에 "이번에 나가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며 "지금 시점이 맞지 않아 당장 역할을 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한 중진 의원도 "한 전 대표는 소위 '강'을 너무 많이 건너서 당에 복귀하는 건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더했다.
한 전 대표와 함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연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이 대표도 전날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와 쇄신의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며 "연대할 가능성이 없다"고 연대설을 일축했다.
아주경제=신진영 기자 yr29@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