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저학년부터 다니는 태권도장에서 몰카가 발견되어 학부모들을 충격에 몰아넣었습니다. 여성 관원 탈의실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한 장본인은 다름 아닌 태권도장 관장. 심지어 촬영을 오랫동안 지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하는데요. 이제 부모들은 태권도도 안심하고 보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몰카 촬영 및 유포 범죄는 매년 3배 이상씩 증가하고 있고, 미성년자 피해 비율도 13%대에서 22%대로 올라갔습니다.
음란물 공유 사이트에 ‘화장실’이라는 키워드를 치면 끝도 없이 결과물이 올라옵니다. 심지어 댓글에는 ‘어디 학교다’, ‘어디 회사 여자 화장실이다’, ‘내 전 여친 같은데 몇 살이고 어디 산다’ 같은 신상 추측까지 서슴없이 이어집니다. 사진이나 영상이 한 번 찍히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국내외 각종 커뮤니티와 음란 사이트에 유포되어 영원히 ‘박제’될 수 있기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시민이 공포와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국가에서는 공공기관, 금융기관, 학교,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상시형 불법 촬영카메라 탐지 시스템’을 설치하고 ‘안심화장실’ 표시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전국에 있는 화장실 숫자에 비해 안심 화장실 숫자는 턱없이 적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의 탐지 시스템으로 적발하기 어려운 온갖 최신형 카메라도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방향제나 휴대용 샴푸 용기에 렌즈가 붙은 ‘화장실 전용’ 몰카 제품이 나오질 않나, 겉보기에는 안경이나 손목시계, 옷 고리나 나사처럼 보이는 교묘한 위장형 제품들도 판을 칩니다. 열두 시간 연속으로 촬영되거나 소리까지 같이 녹화되는 제품도 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탐지장치를 개발해도 범죄자들의 속도를 못 따라가는 실정입니다. 어떤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절대 공공 화장실이나 상가 화장실은 들어가지 말라’고 가르친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것도 아닌 화장실 문제이다 보니 이 규칙을 항상 지키기는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몰카는 화장실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지하철, 기차, 마트, 해수욕장, 워터파크, 호텔과 스터디카페까지 사실상 모든 곳에 존재합니다. 그러니 ‘무조건 안 간다’, ‘안 돌아다닌다’보다는 어떤 환경과 조건에서 어떤 방식으로 몰카 촬영이 이루어지는지를 자세히 알아두고 대처법과 예방법을 숙지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치마나 반바지를 입은 여성이나 여아, 여성 청소년의 경우에는 누군가 뒤 또는 아래에서 렌즈를 들이댈 수 있다는 걸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특히 계단을 올라갈 때는 크기가 넉넉한 가방, 책, 또는 동행한 사람의 도움을 받아 뒤쪽을 가리는 것이 좋고,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는 아예 비스듬하게 서서 하반신을 에스컬레이터 벽에 붙여버리는 것이 마음 편합니다.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는 지하철 개찰구나 승강장, 지하철 내부도 요주의 장소인데, 이럴 때는 아예 겉옷을 벗어 허리에 두르거나 밑단을 손으로 꽉 잡는 방식으로 몰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몰카 탐색꾼’들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게 한 장소에 오래 서 있지 말고 주기적으로 이동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도서관, 편의점도 주의해야 하는 장소인데, 선반에서 물건을 고르거나 꺼내면서 허리를 숙일 때 뒤에서 촬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럴 때는 반드시 뒤에 누가 있는지를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화장실 몰카의 경우 ‘빨간 셀로판지를 비춰 보면 보인다’라는 속설이 퍼져 있습니다. 셀로판지를 잘라서 휴대폰 플래시 부분에 붙인 후 플래시를 켜서 의심스러운 곳을 비추면 휴대폰 액정 화면에 번쩍하는 빛이 보인다는 것인데요. 원리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요즘처럼 mm 단위의 초소형 카메라가 돌아다니는 시대는 이 방법도 100% 믿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휴대폰 카메라를 쓸 때마다 셀로판지를 붙였다 뗐다 하는 건 너무도 번거로운 일입니다. 시중에는 전자파 탐지와 적외선 렌즈까지 달린 휴대용 몰카 탐지기가 판매되고 있지만 가격이 비싸 구매하기는 부담스럽습니다. 더구나 탈의실이나 샤워실, 목욕탕에 이런 탐지기를 들고 들어갔다가는 오히려 몰카를 찍으려는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몰카 찾는 법’을 알아두면 편리합니다. 화장실, 탈의실, 방, 독서실처럼 폐쇄적이고 사방이 막힌 공간을 우선 경계하고, 그중에서도 미세한 틈이나 모서리가 있는 곳은 특히 유심히 봐야 합니다. 벽이나 천장이나 에어컨, 화재감지기나 배선 등에 매우 작은 구멍이나 같은 것이나 까만 점 같은 게 있다면 혹시 렌즈는 아닌지 플래시를 비춰 보면 좋습니다. 플래시를 한 뼘 정도 거리에서 비추면서 천천히 관찰해 보면 렌즈가 반사되는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멀티탭이나 플러그 단자, 와이파이 공유기 같은 평범한 물건도 너무 많이 설치되어 있거나 위치가 이상하다면 세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몰카를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렌즈나 카메라를 발견한다면 그때는 함부로 손대지 말고 우선 사진으로 찍어 증거를 남긴 후 그 자리에서 즉시 조용히 112에 신고해야 합니다. 몰카범은 몰카가 들킨 것을 알면 메모리를 부숴 버리거나 심지어 삼켜 버리는 등 인멸 행동을 하기도 하고 교활하게 메모리만 백업하고 카메라는 없애 버리기도 합니다.
손이 하나 더 생겼다고 할 정도로 스마트폰을 항상 들고 다니는 게 일상화된 세상. 편리해진 건 좋지만 디지털 성범죄 증가율 또한 하늘을 뚫을 기세로 치솟고 있습니다. 이런 안전수칙을 공유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슬프고 안타깝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과 가족과 친구들을 보호해야 합니다. 휴대폰으로 웹툰이나 쇼트를 볼 시간에 1초만 할애해서 여러분의 주위를 살펴보세요. 몰카는 언제나, 어디에나 있습니다.
서아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