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후 위기와 국제 곡물 가격의 불안정은 식량 자급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 주었고, 동시에 건강한 단백질 공급원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산 콩을 기반으로 한 식물성 단백질 식품 연구는 농업과 식품 산업이 함께 나아가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곽도연 국립식량과학원장 콩 단백질은 아미노산 조성이 우수하고 영양학적으로 완전 단백질에 가깝다. 또한 기후와 재배 환경에 잘 적응해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며, 재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 부담이 적은 친환경 작물이라는 장점도 있다. 이러한 영양적·환경적 가치는 ‘국산 원료’의 신뢰성을 높이며, 산업체가 안심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세계 식물성 단백질 식품 시장은 건강, 환경, 윤리적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도 수요가 확대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고령화 등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 단백질’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건강한 식문화가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록 국내 시장 규모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국산 품종과 기술력, 그리고 비유전자변형(Non-GMO)이라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갖춘 국산 콩은 글로벌 경쟁에서도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오랜 기간 국산 콩 품종 육종과 기능성 연구를 지속해 왔다. 대표 품종인 ‘새단백’은 단백질 함량이 48% 이상으로 두유와 두부 가공적성이 우수하며, 최근 개발된 ‘대단콩’은 단백질 함량이 약 51%에 달하고 수량성도 높아 차세대 고단백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다드림’·‘선유2호’·‘선풍’·‘장풍’ 등은 단백질 함량과 가공적성이 모두 뛰어나 대규모 산업적 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선유2호’·‘장풍’·‘평안’은 휴경 논을 활용해 벼·콩 윤작을 실현, 토양 질소 고정과 탄소 저감에도 기여한다. 또한 ‘단흑’·‘청자5호’·‘소만’ 등 검정콩 계열 품종은 항산화·항비만·면역 조절 기능성을 갖춘 고부가가치 대체단백 소재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의 전략은 명확하다. 우선, 국산 콩의 기능성과 가공적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표준화해 산업체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두유 기반 단백질 음료·프리미엄 두부 등 소비자 친화형 제품 개발을 가속화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K식물성 단백질 브랜드를 육성해야 한다. 나아가 품종-재배-가공-제품화로 이어지는 전주기 통합 연구체계를 강화해 농가와 산업, 소비자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국산 콩은 전통과 과학, 산업적 잠재력을 모두 갖춘 자원이다. 농촌진흥청은 국민 건강 증진, 농가 소득 안정, 국가 식량 자급, 지속 가능한 농업,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다섯 가지 목표를 중심으로 국산 콩 기반 식물성 단백질 연구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국산 콩, 국민 건강을 지키고 세계로 나아가는 힘”. 우리가 미래 세대와 함께 만들어가야 할 길이다.
곽도연 국립식량과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