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나쁘지 않았고 내년에도 안정적인 상황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
유승창 KB증권 ECM본부장(전무)은 지난 17일 아시아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내년 IPO 시장을 이렇게 내다봤다. 그는 "여러가지 기업 지원책이 많이 나오고 있고 그런 정책적 뒷받침과 함께 원활하게 자금이 돌기 위해서는 IPO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며 "기업들도 IPO를 통해 키우려는 의지가 있고 내년은 제도적 변화도 크지는 않을 것 같아 IPO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좋다는 것은 좋은 기업들이 그만큼 평가를 받는다는 것으로, 과열되지 않고 제 가치를 받을 수 있는 시장이 이어진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시장은 양호했다고 평가했다. 유 본부장은 "사실 연초에 시작할 때만 해도 시장 분위기가 좋진 않았다. 정국 혼란, IPO 제도 개선 등으로 우려가 컸지만 걱정에 비해 시장이 빨리 살아났고 제도 개선 부분들도 시장에서 잘 적응된 거 같다"면서 "특히 괜찮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시장이 양호했음에도 과열되지 않았다는 점인데, 재작년 처음 ECM 본부에 왔을 때는 하반기 IPO 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공모가가 20~30% 상단을 초과해 결정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공모주라는 금융상품의 가장 큰 매력은 할인이다. 공모주를 사는 이유는 적정가격 대비 20~30% 할인해주기 때문에 메리트가 있는 건데 20~30% 초과는 공모주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여지없이 그 다음 해 공모주 시장이 안좋았다. 올해는 무리하게 공모가 형성이 되지 않으면서 과열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해 양호한 시장 분위기 속에서 KB증권은 순항하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IPO 주관 1위가 유력한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증권은 올해 공모총액 2조245억원을 기록,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높은 IPO 실적을 기록했다. KB증권은 지난 2022년과 2024년에 IPO 주관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KB증권은 올해 IPO 대어로 꼽히는 LG씨엔에스와 대한조선, 명인제약 등을 성공적으로 상장시켰다.
IPO 시장에서 최근 4년 중 세 차례나 정상을 차지하는 등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에 대해 유 본부장은 전사적 지원과 안정적인 인력을 비결로 꼽았다. 유 본부장은 "전사적인 지원이 제일 큰 성공요인이다. 채권자본시장(DCM) 부문의 경우 기업과 네트워킹을 많이 하는데 이를 활용해 딜소싱에 도움을 주고 있고 자산관리(WM) 부문에서는 프라이빗뱅커(PB)나 지역 본부장들이 지역 기업들과 거래를 하면서 IPO 계획 있는 곳들과 빠르게 연결을 시켜주고 있다"면서 "관심이 없거나 협업이 안되면 굳이 이렇게 해줄 필요가 없는데 다른 부서에서도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또한 기관 수요 예측과 기관 마케팅 할 때는 세일즈 쪽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전사적으로 유기적인 협업이 이뤄지면서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안정적인 인력 역시 KB증권의 강점으로 꼽힌다. 유 본부장은 "IPO라는 게 맨파워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직이 안정되면 성과는 자연이 따라오게 된다"면서 "IPO는 듀레이션이 긴 비지니스로 신뢰가 제일 중요한데 최근 2~3년 동안 인력 이탈이 거의 없었다. 3~4년 동안 좋은 트랙레코드 보유하고 있는데 그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3년 전 40명 내외에서 현재는 48명까지 늘었다. 최근 3~4년동안 좋은 딜 많이했고 그 인력이 그대로 유지된 상황에서 신규 인력이 추가되면서 인력 안정성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이 IPO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신뢰다. 그는 "아무래도 발행사와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가족 경영, 비상장으로 운영되던 회사가 거래소, 금감원, 시장 투자자들의 검증을 거쳐 상장사가 되는 것이다 보니 개선이나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럴 때 발행사와 주관사가 신뢰 형성이 안돼 있으면 서로 불편해지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IPO가 성공해야하기 때문에 에쿼티 스토리와 시장 눈높이에 맞는 밸류에이션이 뒷받침 돼야한다. 그것을 시장에 납득시켜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회사와 함께 작업을 해오며 신뢰를 쌓은 인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유 본부장의 목표는 내년에도 1위를 지키는 것이다. 그는 "1등하는 게 제일 큰 목표이고 그 다음은 레벨업하기 위해 상장하는 좋은 기업에 지속가능 성장의 동반자 역할을 하는 게 중장기적 목표"라면서 "어떤 기업을 상장해서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싶다. 우리가 상장한 기업이 1000~2000억원에 상장했는데 5~10년 후에 1조원 규모로 성장해 있고 이후 자금 조달이나 인수합병(M&A) 등을 도와주면서 같이 성장하는 동반자가 될 수 있는 ECM 본부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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