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선 업황이 '재앙' 수준에 이른다는 경고가 잇따르자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은 벌크선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장기계약 위주의 벌크선 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하려는 구상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HMM의 올해 1~3분기 벌크선 운송량은 3100만t으로 전년 동기(2816만t) 대비 약 10% 급증했다. 같은 기간 컨테이너선 운송실적은 283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서 293만TEU로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벌크선이란 포장하지 않은 화물을 그대로 실어 나르는 선박을 말한다. 광물이나 곡물 같은 원자재를 싣는 선박뿐 아니라 유조선이나 LNG운반선, 자동차운반선(PCTC)도 넓은 의미의 벌크선 사업이다. 경기에 민감한 컨테이너선과 달리 벌크선은 장기계약 비중이 높아 해운업 불황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이익을 낸다.
HMM의 벌크선 운송실적이 가파르게 늘어난 배경에는 컨테이너선 수익성 악화가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평균 2000을 웃돌았으나 올 하반기 관세 불확실성에 따른 '밀어내기 수출'(미국 관세 시행 전에 물건을 보내는 수출) 효과가 사라지면서 해운운임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규 선박 인도에 따른 공급 과잉이 겹쳐 향후 5년여간 불황이 이어진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올해 연평균 SCFI는 1598로 전년 대비 36% 하락했고, 3분기 말에는 1114.52로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김병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전문연구원은 "내년 SCFI는 평균 1100~1300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올해보다 약 18~31% 떨어지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획기적인 붐이 일어나지 않는 한 컨테이너선 시장은 심각한 국면을 맞을 수 있어 심각한 침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소로 수에즈 운하 통행이 자유로워지면 재앙 수준의 시황 침체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HMM은 화물 운송계약을 맺거나 화물화주(화물 수출업계)와 협력을 확대하며 벌크선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브라질 최대 광산업체 발레(Vale)와 지난 5월과 9월 각각 6360억원과 4300억원 규모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했다. 이달 초 액화석유가스(LPG) 최대 화주인 아랍에미리트(UAE) BGN그룹과 LPG 운송사업 확대를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HMM 관계자는 "다변화 차원에서 주력인 컨테이너 부문과 함께 벌크선 사업도 지속해서 확대할 것"이라며 "현재 49척 규모인 벌크 선대를 2030년 110척까지 늘릴 계획이다"고 했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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