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카일 러셀. 사진=KOVO 제공 러셀에 의한, 러셀을 위한, 러셀의 한판이었다.
남자프로배구 대한항공의 외인 에이스 러셀이 시즌 2호 트리플크라운(후위공격·블로킹·서브 각 3개 이상)으로 폭발하며 팀의 7연승 행진을 이끌었다. 2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의 진에어 2025~2026시즌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맞대결에 선발 아포짓 스파이커로 출격한 그는 25점을 몰아치며 팀의 세트스코어 3-0(25-19 25-23 25-22) 셧아웃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내내 러셀만 보였던 한판이다. 1세트부터 서브에이스 2개 포함 10점을 몰아치며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줬다. 높이가 특히 빛났다. 블로킹 4개를 쏟아내며 KB손보가 자랑하는 비예나-나경복-임성진 삼각편대의 공격을 막아세웠다. 9-9 동점에서 13-9로 달아나는 과정에서도 러셀의 연속 득점이 발판이 됐다. 2세트도 9득점을 수놓아 거칠게 쫓아오는 KB손보의 추격을 뿌리쳤다.
백미는 3세트였다. 팀이 9-16 열세에서 구원자로 손을 들었다. 정지석의 퀵오픈으로 사이드아웃에 성공하며 러셀에게 서브 기회가 찾아왔다. 전매특허 파워 서브를 쏟아냈다. KB손보의 리시브 라인을 맹폭했다. 주포 비예나를 타깃으로 삼아 상대 에이스의 공격 빈도를 줄였다. 레오나르도 카르발류 KB손보 감독이 타임아웃과 선수 교체를 활용해 그의 템포를 끊으려 했지만, 리시버 사이를 파고드는 절묘한 송곳 서브로 팀 연속 득점 발판을 세웠다.
대한항공 카일 러셀(왼쪽)이 헤난 달 조토 감독과 득점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이 과정에서 서브에이스는 없었다. 하지만 범실 하나 없는 정확도까지 펼쳐보인 러셀의 수훈 속에 대한항공은 8연속 득점, 17-16으로 스코어를 뒤집었다. 이 분위기를 그대로 셧아웃 승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러셀은 승리의 축포, 트리플크라운까지 쐈다. 대기록까지 서브에이스 1개만 남겨둔 상황. 마지막 24-22 세트포인트에서 거짓말 같은 스파이크 서브로 기어코 3번째 서브에이스를 완성했다. 팀 승리를 완성하는 마침표이자, 이 승리의 주인공이 자신임을 알리는 거친 포효였다.
경기를 마친 러셀은 “내가 가진 강점이 서브라는 걸 잘 안다. 서브 라인에 설 때면, 다시 여기 서서 서브를 치자는 마음가짐이 있다. 7점 차가 나던 그때도 그랬다. 다시 여기로 돌아와서 팀 승리에 도움이 되자는 생각 뿐이었다”고 극적인 역전의 순간을 돌아봤다.
대한항공 카일 러셀이 득점에 성공한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트리플크라운의 순간도 짜릿했다. 그는 “서브 토스를 올리는 순간, 모두가 그걸 기대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 또한 1세트부터 블로킹 4개, 서브 2개가 나오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기가 진행되며 조금 차분해질 수 있었고, 마지막 서브 득점으로 끝나서 더 짜릿하다. 이런 모멘텀과 기세가 있었기 때문에 서브가 맞는 순간 좋은 일이 일어났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파죽의 기세, 7연승을 빚은 대한항공은 시즌 8승1패(승점22)로 리그 선두를 질주한다. 이날 2위 KB손보의 추격마저 누그러뜨리면서 한동안 독주 체제를 만들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다. 러셀은 “팀 분위기는 정말 좋다. 프리시즌부터 KOVO컵, 정규시즌까지 잘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 팀에 합류해 구성원들을 잘 알고 있다는 점도 내게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더할 나위 없는 지금의 기세를 이어가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