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예술영화 산업을 지원하는 문화공간 ‘서울영화센터’가 28일 서울 충무로에 개관한다. 다만 영화·시민단체들이 서울시가 ‘시네마테크’ 기능을 축소했다며 운영에 협조를 거부해 운영에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독립·예술영화 상영·전시·교육·교류 기능을 갖춘 공공 영화문화공간인 서울영화센터를 연다고 25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중구 마른내로에 연면적 4806㎡, 지하 3층·지상 10층 규모로 완성된 서울영화센터는 ‘서울시 최초이자 대표적인 글로벌 영상산업·문화의 거점’을 목표로 산하 기관인 서울경제진흥원이 2027년까지 운영을 맡는다.
서울영화센터 전경. 서울시 제공 센터는 상영관 3개(1관 166석, 2관 78석, 3관 68석)를 갖추고 있다. 상영관 1(166석)은 35㎜ 필름 영사기 2대를 갖춰 필름 상영을 지원하고, 상영관 2(78석)는 컴포트석, 상영관 3(68석)은 리클라이너석을 설치했다. 7층은 영화인·시민 교육을 위한 다목적실, 8층에는 영화인 교류와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공유오피스와 회의실이 마련돼 있다. 9층은 영화 관련 서적과 DVD 등을 열람할 수 있는 아카이브 공간으로 구성됐다. 10층에는 야외 상영이 가능한 옥상 광장이 조성됐다. 센터 운영 방향은 영상산업 진흥, 영화인 성장 지원, 시민 문화 향유 공간으로 요약된다. 시는 유망한 독립·예술·상업·고전영화 등을 꾸준히 상영하고, 신진 감독 발굴 프로그램을 통해 창작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비즈니스 미팅을 정례화하고, 필름마켓 등 콘텐츠 투자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감독·배우와의 대화(GV)·시사회 등 부대 행사도 운영한다.
다만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10개 영화·시민단체는 이달 17일 공동성명을 내고 “시가 지난 15년간 영화계와 시민사회가 함께 논의해 온 ‘시네마테크’ 건립의 원칙과 합의를 스스로 뒤집고 공공문화시설의 정체성을 훼손했다”며 협조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8월 시네마테크 원안 복구를 촉구하는 성명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성명에는 영화 단체 43곳과 박찬욱·봉준호 감독 등 1508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오세훈 시장 부임 이후 명칭을 ‘서울영화센터’로 변경하고 시네마테크의 정체성을 흔드는 결정들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며 2006년부터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등이 추진해 온 원안대로 복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시민들이 상업 영화관에서 보기 힘든 고전·예술영화를 보고 토론하며, 문화적 유산으로서 필름과 중요 영화 자료들을 보존하는 ‘공공 영화 도서관’ 기능을 회복하라는 것이다. 상영관 운영업체로 원로 영화인 단체인 ‘한국영화인협회’가 선정된 것을 두고도 반발하고 있다.
시는 반발하는 영화 단체들과 계속 소통해 갈등 해소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영화 단체들이 주장하고 있는 정체성과 방향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며 “추후 성명서가 계속 나오더라도 끊임없이 만나고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는 해명자료를 통해 “감독·작가·학계 인사 9명으로 구성된 운영자문위원회에서 고전·예술·상업 영화 등 다양한 영화를 취급할 수 있는 시설로 범용적인 명칭을 제안해 ‘서울영화센터’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상영관 운영업체 선정과 관련해서는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한국영화인협회와 동국대 산학협력단 공동수급으로 선정됐고, 영화제 운영 및 기획 경험을 보유한 전문인력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김세희 기자 saehee012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