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무책임한 국가수사본부장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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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무책임한 국가수사본부장의 입

지난 24일 국가수사본부의 정례 기자간담회 자리였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성폭력성 발언' 수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수사는 어디까지 왔나", "결론은 무엇인가" 등. 경찰 최고 수사책임자인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절차에 따라 수사 중"이라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경찰청은 지난 18~21일 7건의 고발 사건을 모두 '혐의없음'으로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박 본부장의 발언에 기자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경찰청은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 서울경찰청이 불송치 결정을 한 것은 맞지만 국수본 차원에서 미흡한 점이 없는지 검토 중이었기에 최종 완료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경찰이 정말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했다면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밝혔어야 했다. 그러지 않고 아예 결과가 나지 않은 것처럼 말한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외면한 것이다. 사후에 갖다 붙인 변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다. 국수본부장의 발언은 개인 의견이 아니라 경찰 14만명을 대표한다는 점, 정례 기자간담회는 경찰이 국민과 소통하는 공식 창구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박 본부장이 수사 결과를 몰랐을 가능성도 아주 낮다.


그렇다면 박 본부장은 불송치 결정 사실을 알고도 그것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왜 숨겼는지 궁금해진다. 대선 후보였던 이 대표를 둘러싼 수사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이슈다. 그만큼 공정하게 수사가 이뤄져야 하고, 투명하게 국민에게 전해져야 한다. 숨겨야 하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을 살 만하다.


이 때문에 박 본부장의 발언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치명상을 안길 수 있다. 정보를 선별해서 공개하거나 은폐하는 것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강화된 경찰 수사권의 정당성 자체를 훼손한다. 경찰이 수사에 대한 진행 과정과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경찰이 수백 번의 수사 성과를 내더라도 복구되지 않을 수 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많은 경찰들의 노고가 한 사람에 의해 무너져서는 안 될 일이다.


박 본부장은 왜 수사 결과를 제대로 밝히지 않았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책임을 회피한다면 경찰 조직 전체가 진실 은폐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려면 조직을 위한 방어가 아니라 국민 앞에 솔직해지는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 당장 보여줘야 할 것은 궤변이 아니라 확실한 책임이다. 박 본부장의 답변을 기다린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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