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선수단이 지난 25일 시즌 7연승에 성공한 후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KOVO 제공 무너졌던 왕조의 자존심, 1년 만에 제자리를 찾는다.
남자프로배구 대한항공의 질주가 뜨겁다. 지난 2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의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맞대결을 셧아웃 승리로 물들이며 시즌 7연승을 달렸다.
최근 3년 사이 빚었던 9연승(2022~2023시즌), 8연승(2023~2024시즌) 등이 목전이다. 이대로 구단 최다 기록인 2011~2012시즌의 13연승까지 내다본다는 심산이다.
앞서 1라운드에서 패했던 KB손보를 잡아내며 가장 먼저 전 구단 상대 승리도 빚었다. 시즌 8승1패, 승점 22로 2위 KB손보(6승4패·승점19)와 차이를 벌려, 독주 체제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졌다.
2020~2021시즌부터 V리그 최초 통합 4연패로 비상했던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새 역사 집필을 마감(정규시즌 3위·챔피언결정전 준우승)했지만, 올 시즌 곧장 헤난 달 조토(브라질) 신임 감독의 리더십 아래 재정비에 성공했다. 선수 자율성을 중시하면서도 기본적인 멘털과 체력 관리에 공을 기울인다. 신체능력을 살리는 브라질 배구 색채도 개인 능력치가 높은 러셀, 정지석 등 에이스들과 시너지를 일으킨다.
대한항공 러셀(왼쪽)이 득점에 성공한 후, 헤난 달 조토 감독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KOVO 제공 러셀은 “헤난 감독님의 브라질 스타일 배구가 미국과 비슷하게 굉장히 피지컬적이라 나에게 더 어울린다. 신체 조건을 살리는 파워배구가 더 잘 맞고 도움이 되는 느낌”이라고 엄지를 세운다. 최태웅 SBS스포츠 해설위원 또한 “대한항공 선수단이 고정됐던 시스템에서 벗어나 본인들의 플레이를 하는 기분이다. 특히 세터진의 창의성이 살아난다. 단순했던 패턴에서 화려하면서도 안정된 토스가 나오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공수에 걸쳐 완벽한 수치들이 쏟아진다. 팀 공격성공률은 55.72%로 독보적 1위다. 2위 KB손보(51.46%)와도 격차가 크다. 리그 공격성공률 1·3위에 빛나는 정지석(57.20%)-러셀(54.52%) 쌍포가 화끈하게 터진 덕이다. 세부 지표를 봐도 속공·퀵오픈·시간차·후위 공격 등 대부분의 옵션에서 선두를 내달린다.
대한항공을 상대한 적장 레오나르도 카르발류 KB손보 감독이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우위에 있었다. 특히 공격에서는 우리와 같은 레벨이 아니었다”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수비도 물 샐 틈이 없다. 팀 리시브(효율 38.1%)와 팀 세트(세트당 평균 14.1개), 팀 수비(세트당 17.6개) 모두 1위다. 공수겸장 아웃사이드 히터 라인의 안정감이 발판이다. 정한용이 44.34%의 리시브 효율로 리베로들을 모두 제치고 리그 1위를 달린다. 정지석도 38.32%로 5위다. 정지석은 수비에서도 리그 5위(세트당 4.167개)로 리베로 못지않은 수비력을 자랑한다.
가파른 상승세, 방심은 없다. 헤난 감독은 “지금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선수들에게 매 경기가 새로운 스토리라는 걸 늘 강조한다”며 “연승이 어디까지 갈지는 잘 모르겠다. 승리는 하루만 지나면 지난 일이 된다. 먼 미래까지 생각하지 않고 다음 경기에만 집중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항공 정지석이 득점을 올리고 세리머니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