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103.09포인트(2.67%) 오른 3960.87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7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연 2.50%)를 어떻게 조정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금리 인하 시 원/달러 환율이 더 튀어 오를 가능성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원화는 달러 같은 기축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약해지는 구조적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율 불안은 이미 진행 중이다.
지난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77.1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미국의 관세 인상 우려가 극대화됐던 지난 4월 9일(1,484.1원) 이후 약 7개월 반 만의 최고치다.
환율 급등에 정부도 즉각 대응했다.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은 해외투자 확대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긴급 점검했고, 26일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환율 안정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직접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굳이 금리를 내려 원화 약세를 자극할 필요는 없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금리 결정을 미루는 또 다른 이유는 부동산과 가계대출 흐름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11월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0% 상승했다. 10·15 대책 발표 직후인 10월 셋째 주 0.50%까지 치솟았던 상승률은 3주 연속 둔화됐으나, 최근 4주 만에 다시 소폭 반등한 것이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완전히 꺾였는지 여부도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한은 입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 달 9~10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에서 정책금리를 인하하기 전에 먼저 움직이기 어려운 점도 부담 요인이다. 미국보다 앞서 금리를 내리면 환율과 자본 이동 측면에서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후 12시 예정된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환율, 집값, 가계대출 흐름을 어떻게 진단할지, 그리고 추가 금리 인하 시점을 어떤 톤으로 언급할지 금융시장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같은 날 발표되는 새 경제전망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올해와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가 기존 0.9%, 1.6%에서 1.0%, 1.8~1.9% 수준으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수출 회복과 내수 반등, 기저효과 등이 조정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