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변압기(트랜스) 제조 전문기업 에이텀이 전 세계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준비를 끝마쳤다. 3년8개월의 도전 끝에 지난달 '글로벌 완성차 부품업체'의 1차 협력사로 공식 등록했다. 에이텀은 앞으로 들어올 수주에 대비해 베트남 생산시설을 확충했다. 또 향후 미·중 무역 갈등으로 미국 전기차 업체의 국내 부품 수요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 선제 대응 전략도 마련할 계획이다.
에이텀의 베트남 생산기지인 에이텀비나(ATUM VINA)는 베트남 박린성 화푸산업공단 내에 있다. 약 2000평 규모 공장에서는 전기차(EV) 자동화 설비 라인 2개, TV 자동화 설비 라인 3개, 수동라인 6개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주요 생산 제품은 TA/TV용 트랜스 80종과 전장용 트랜스 7종 등이다.
현재 연간 생산 가능 규모는 약 350억원이다. 추가 수주에 대비해 EV 자동화 생산라인 5개를 확보할 수 있는 여유 공간도 준비해뒀다. 이 공간에 자동화 라인을 구축하면 연간 약 300억원 규모의 제품 생산을 추가로 할 수 있다.
에이텀은 지난해 9월 화푸산업공단으로 공장을 확장 이전한 후 45억원을 투자해 본격적으로 자동화 설비를 구축했다. 중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 영향으로 상승한 인건비를 경감하고, 품질을 더욱 개선하기 위한 전략이다. 공정 자동화 방식을 적용하면 생산인력을 기존 35명에서 5명으로 줄여도 생산량은 40% 늘릴 수 있다. 불량률은 0.5% 이내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했다.
에이텀이 구축한 자동화 설비는 글로벌 완성차 부품업체 1차 협력사로 선정되는 데에도 한몫했다. 자동화 설비는 구리 동선을 보빈(Bobbin)에 감는 권선 작업으로 시작해 솔더링(납땜), 경화, 코어조립, 고정용 테이프 부착, 검사 및 포장 공정을 진행한다. 이 공정 중 코어조립과 테이프 부착 공정은 자동화하기 힘든 공정 중 하나다.
에이텀은 이 모든 공정을 인라인 방식으로 100% 자동화하는 데 성공했다. 경쟁사의 경우 셀 방식을 적용해 권선, 솔더링, 최종 검사 공정만 자동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 자동화율은 27% 수준에 불과하다.
에이텀이 생산할 주요 전장 제품은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한 필수 모듈인 ICCU(통합형 전력변환장치)에 사용되는 대형 트랜스 OBC(On Board Charger) 및 중형 트랜스 LDC(Low-Voltage DC-DC Converter) 등이 있다. OBC용 트랜스는 상용으로 사용 중인 높은 교류전압(AC)을 배터리 용량에 맞는 전압으로 변환해 주는 전력변환장치다. LDC는 배터리를 통해 나온 높은 직류전압을 차량의 각 기능에 맞도록 낮은 전압으로 변환해 주는 컨버터다.
국내 전기차용 트랜스 제품의 시장 규모는 연간 약 1000억 수준으로 추산된다. 에이텀은 우선 1개 차종에 적용되는 7종 제품 납품을 시작으로 ICCU 모듈에 적용되는 모든 트랜스류 납품을 통해 매출 증대와 이익률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에이텀의 차기 성장 모멘텀은 전기차용으로 독자 개발된 '플라나(Planar) 타입 트랜스'다. 플라나 타입 트랜스는 기존의 와이어 권선 방식 대신 동판에 몰딩 방식으로 절연한 평판형 트랜스다.
이 제품은 고주파 전원에 최적화돼 있어 편차가 적고 두께가 매우 얇다. 또한 방열성도 높아 차세대 전기차 및 데이터센터용으로 많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테슬라는 사이버트럭에 매트릭스(Matrix) 회로 방식의 플라나 타입 트랜스를 적용했다.
에이텀은 국내 트랜스 기업 중 유일하게 플라나 타입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다. 에이텀은 적층 회로기판의 단점을 보완해 발열, 효율, 사이즈 등을 개선한 기술을 개발해 4건을 특허 출원했고, 트랜스의 1차와 2차 코일에 각각 플라나 타입을 적용한 세계 유일의 특허를 갖고 있다.
한택수 에이텀 대표는 "테슬라가 미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의 중국산 부품을 전면 배제할 경우 플라나 타입 트랜스 기술을 보유한 에이텀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에이텀은 글로벌 완성차 부품업체 협력사 등록으로 레퍼런스를 쌓아 미국 전기차 시장 진출을 타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에이텀은 지난 20일 미국 전기차 플랫폼 기업 하빈저 모터스에 지분투자를 단행했다고 공시했다. 하빈저의 차세대 플랫폼과 에이텀의 고효율 전기차 부품 간의 시너지 확보를 위한 투자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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