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후 받은 수술에서 철심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아 걸을 때마다 철심에 무릎을 찔리던 아프리카 청년이 머나먼 한국 땅에서 수술받고 극심한 고통에서 벗어났다.
서울아산병원은 허벅지 뼈가 붙지 않은 채로 휘어져 보행이 어려운 데다가 빠져나온 철심 때문에 심한 통증까지 견뎌야 했던 존 콘테(John Conteh·28) 씨를 한국으로 초청해 이달 초 재건 수술과 재활치료를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콘테 씨는 보행 능력을 무사히 회복해 최근 퇴원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대퇴골 재건 및 피부 이식 수술을 받은 존 콘테 씨(가운데)가 지난 13일 의료진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이 정형외과 김지완 교수, 오른쪽이 성형외과 권진근 교수 콘테 씨의 치료 관련 모든 비용은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전액 지원했다. 대서양 연안의 작은 나라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 살던 콘테 씨는 2022년 12월 교통사고를 당했다. 당시 왼쪽 허벅지 뼈(대퇴골)에 큰 개방성 골절상을 입었다. 곧바로 현지 병원에서 허벅지부터 무릎까지 철심을 심는 수술이 진행됐다. 콘테 씨는 교통사고로 허벅지뼈를 금속 나사로 고정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나사가 부러지며 철심이 무릎뼈를 자극해 극심한 통증과 보행 장애가 이어졌다. 진통제도 듣지 않는 상태에서 왼쪽 다리는 점점 짧아졌고, 지난 5월 엑스레이에서는 결국 뼈가 붙지 않은 ‘불유합’이 확인됐다.
현지 의사는 이대로면 1년 뒤엔 걷기 어려워지고 최악의 경우 다리 절단 가능성까지 경고했지만 시에라리온에는 재건 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없었다. 아버지 없이 자라며 홀어머니와 동생들까지 부양하는 콘테 씨는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그는 전도사로 활동하며 받는 사례비와 소액 후원금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한국인 선교사가 병원을 찾다 서울아산병원에 해외 불우환자 초청 진료를 요청하게 됐다.
병원이 치료를 결정하며 콘테 씨는 지난 10월 4일 한국에 도착했다. 이후 에볼라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3주의 격리 기간을 거쳐 10월 27일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해 검사를 진행했다.
콘테 씨의 진단명은 ‘대퇴골 불유합 및 변형’, 그리고 ‘내고정물 돌출’이었다. 주치의인 김지완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콘테 씨에게 박혀 있는 철심을 빼고 어긋난 뼈를 일자로 맞춘 다음 철심으로 재고정하기로 수술을 계획했다. 아직 붙지 않은 허벅지 뼈에는 뼈이식과 함께 작은 철심을 박아 고정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교통사고 당시 상처 입은 왼쪽 발목 부위에도 피부 이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는 권진근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가 협진했다. 권 교수는 피부 이식 수술을 위해 상처 부위에서 특정된 내성균에 대해 항생제 치료를 시행했다. 이와 동시에 괴사조직 제거를 반복 시행해 환부를 깨끗하게 준비했다.
마침내 지난 3일 정형외과와 성형외과의 협진으로 콘테 씨의 대퇴골 재건과 피부 이식 수술은 총 7시간 끝에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콘테 씨는 순조로운 회복세를 보이며 2주간의 재활치료까지 무사히 마쳤다. 왼쪽 발목 부위에 이식한 피부도 안전하게 생착됐다.
김지완 교수는 “오랜 시간 아픔을 견뎌야 했던 콘테 씨가 이제는 편안하게 걸을 수 있게 돼 기쁘다”며 “현지 의료 사정을 고려해 한국에서 최대한 재활치료를 받고 갈 수 있도록 했고, 다행히 콘테 씨가 잘 따라준 덕에 보행 능력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치료를 마친 콘테 씨는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을 만난 것은 기적”이라며 “의료진에게 감사드린다. 이제 건강해진 다리로 고국에 돌아가 사회에 더욱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