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하늘로 오른 누리호, 환호 뒤에 남은 단가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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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하늘로 오른 누리호, 환호 뒤에 남은 단가의 그늘

누리호 4차 발사는 민간 기업이 처음으로 제작·총조립을 맡아 성공한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밤하늘을 가른 성공 장면만 보면 한국 우주개발의 민간 주도 전환이 자연스럽게 연착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성공을 곧바로 '민간 체제의 안정성'으로 해석하긴 이르다. 기술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이 체제를 떠받치는 구조적 토대가 얼마나 견고한지에 대한 질문은 오히려 더 깊어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흔히 주목받지 않는 단가의 현실이 있다.


누리호 협력업체들은 오래전부터 "단가가 방산 부품보다 낮다"고 토로해 왔다. 방산 부품의 통상 마진이 원가 대비 10~15%라는 점을 감안하면, 발사체 부품 단가가 이보다 낮거나 원가에 가깝다는 말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고정비가 워낙 큰데 단가가 낮아 인력을 붙잡기 어렵다. 품질을 지키고 싶어도 남는 게 없다"고 털어놓았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목소리가 특정 업체의 사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래 우주산업의 기반을 이루는 강소기업과 중소·중견 협력사들이 수백 곳이나 참여하는 국가사업임에도, 그 어느 곳에서도 "지금 구조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없었다. 모두가 표현만 다를 뿐, 단가 압박 속에서 생태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비슷한 우려를 내놓았다.


정밀 가공·복합재·용접 등 발사체 핵심 공정은 사람의 숙련과 장비 유지가 곧 품질을 결정한다. 이런 환경에서 단가가 낮으면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인건비·장비 유지·품질검증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의 구조적 한계는 분명하다. 일본 H3 발사체는 협력업체의 '원가+적정 이윤'을 전제로 단가를 책정하고, 미국 스페이스X의 협력 단가는 한국보다 1.5~2배 높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반면 누리호는 전체 개발비가 2조 원을 넘는 대형 국가사업이지만, 발사 한 번당 제작비는 약 30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300여 곳의 협력업체가 참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각 기업이 감당해야 할 재무적 압박은 절대 적지 않다.


문제는 누리호가 이제 단발성 발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5차·6차 발사부터 본격화될 반복 발사 체계에서는 기술보다 지속 가능한 비용 구조가 더 중요하다. 단가 중심 조달이 이어지면 협력업체 기반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얇아지고, 민간 주도 체제라는 말도 선언적 구호에 머물 위험이 있다.


4차 발사 성공은 귀중한 성과지만, 그 성공이 민간 체제의 안정성까지 증명한 것은 아니다. 반복 발사는 기술의 누적이지만, 단가는 신뢰의 누적이다. 이 신뢰가 무너지면 민간 우주시대 역시 오래 버티기 어렵다.


발사체 제작을 주도하는 기업은 성공의 상징만이 아니라 그에 따른 비용과 책임의 구조까지 감당해야 한다. 민간 주도라는 말은 기술적 역할뿐만 아니라 재정적 리스크와 생태계 유지 의무까지 포함한다. 누리호의 미래는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떠받치는 비용 구조를 얼마나 성실하게 재정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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