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대신 '그램'?…치킨 중량 표시 논쟁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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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대신 '그램'?…치킨 중량 표시 논쟁 가열

정부가 식품 중량 표시 의무 제도를 치킨 분야로 확대키로 하면서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조리 과정에서 중량 손실이 크고 매장별 조리 조건도 제각각인 만큼 실제 중량을 통일된 기준으로 표시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다음달 치킨 중량 표시 관련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이달 안 발표를 목표로 했으나 일정이 한 주가량 미뤄졌다.


정부는 기존 논의대로 '한 마리'라는 단순 단위 대신 그램(g) 중량이나 닭 호수 표기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보름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마리 단위가 아닌 중량이나 닭 호수를 브랜드별 선택적으로 표기하는 방향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최근 불거진 '슈링크플레이션' 논란 때문이다. 교촌치킨이 지난 9월 순살치킨 한 마리 용량을 기존보다 200g 줄이고, 선호도가 높은 닭다리살 대신 닭가슴살을 섞어 판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 불만이 폭발적으로 확산된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가격은 그대로인데 양과 품질이 줄어들었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정부는 즉석조리식품도 중량 표기 의무화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왔다.


그러나 업계는 제도가 도입되면 가맹점 현장에서 상당한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가장 큰 이유는 조리 후 무게 편차다. 치킨은 튀김 과정에서 수분과 기름이 빠지면서 중량이 20~30% 감소하는데, 기기 성능, 기름 온도, 조리 시간 등 매장별 조리 환경이 달라 감소 폭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렵다. 한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조리 후 중량을 단일 기준으로 맞추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를 기준으로 표기하라고 하면 사실상 가맹점에 책임을 전가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조리 전 중량 표기 역시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치킨 프랜차이즈는 '몇 호 닭'인지에 따라 원육을 납품받는데, 같은 호수라 하더라도 중량은 범위로 존재한다. 예컨대 10호 닭은 950~1050g, 8호 닭은 751~850g, 13호 닭은 약 1350g 내외로 편차가 크다. 같은 10호 닭이라도 매장마다 시작 중량이 다른데, 이를 매번 측정해 표기하면 오히려 소비자가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맹점의 실무 부담도 만만치 않다. 조리 전 원육을 일일이 저울에 올려 무게를 기록해야 하지만, 점심·저녁 피크 시간대에는 현실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 원육 중량 차이로 표기값이 자주 변할 경우 "양이 적다"는 민원이 오히려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치킨이 단일 재료 기반이라 기준 설정이 다른 즉석조리 품목보다 상대적으로 명확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피자·햄버거 등 다른 즉석조리 메뉴는 재료 조합이 복잡해 중량 측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번 조치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한편 제과·빙과·라면 등 가공식품에는 이미 올해부터 중량 표기 의무가 적용됐다. 제품 용량이 감소하면 '내용량 변경 사실'을 포장에 최소 3개월 이상 표시해야 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닭 호수 편차와 조리 과정의 중량 손실을 고려하면 치킨 역시 명확성이 떨어진다"며 "피자·햄버거는 제외하면서 치킨만 의무화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장 여건을 고려한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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