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준비와 네 차례 연기…우주의 별이 된 ‘경기기후위성 1호’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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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 준비와 네 차례 연기…우주의 별이 된 ‘경기기후위성 1호’ [오상도의 경기유랑]
29일 지자체 첫 기후관측위성 발사…발사 56분 만에 우주 궤도 안착 김동연 “우주에도 경기도 있어…뉴 스페이스 시대 여는 우주 동반자” 지자체 위성 시대 개막에 안팎 관심 고조…“기후테크 산업 육성 도움” 25kg 광학위성, 하루 수차례 한반도 돌아…정밀 기후 데이터 수집·공유 온실가스 감축, 도시·산림·농업 분야 기후변화 평가, 재난 대응 정책 수립
“5, 4, 3, 2, 1.”

29일 새벽 3시44분. 경기 수원시 광교의 도청 지하 1층 스튜디오에선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경기기후위성 1호기(GYEONGGISat-1)’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되자, 지켜보던 도 관계자들은 박수로 응원했습니다. 1년여의 준비와 네 차례 연기 끝에 기후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린 겁니다.
29일 경기도신용보증재단 도민쉼터에서 열린 기후위성 발사 보고회에서 발사 영상이 중계되고 있다. 경기도 제공 30일 경기도에 따르면 기후위성 1호기는 발사 56분 만에 로켓에서 분리돼 궤도에 안착했습니다. 잇따라 1단 로켓, 페어링(덮개)과 분리를 마친 팰컨9 로켓은 기후위성 1호기를 다른 초소형 위성들과 함께 사출했죠. 우주에 자리를 잡은 기후위성은 송수신 신호를 보내 ‘성공’을 알렸습니다.

◆ 현지 사정으로 네 차례 연기…“1420만 도민 염원 담아”

최근 누리호 발사 성공에 이어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가 기후위성을 우주로 보내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지자체 첫 기후 관측위성은 기후 대응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읍니다.

이번 발사는 국내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계획해 실현한 첫 위성 프로젝트로 관심을 끕니다. 도는 우주에서 기후 데이터를 확보해 지역 맞춤형 대응에 나설 예정입니다. 정부의 대기질 예측과 기후정책에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비싼 외화를 들여 해외 위성 데이터를 사와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게 됐죠.
지역 도심과 생태계 변화를 탐지할 ‘경기기후위성 1호기(GYEONGGISat-1)’. 경기도 제공 지난해 8월 공개된 이 프로젝트에 지역 연구소와 중소·우주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새로운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듣습니다. 기술 국산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습니다.

광학위성인 경기기후위성 1호기는 광학 장비를 통해 지역 도심과 생태 변화를 탐지합니다. 무게는 25kg에 불과하지만 다분광 탑재체와 고해상도 고속 데이터 처리 장치가 장착돼 정밀 데이터를 관측할 수 있죠.

하루 수차례 수도권 상공 등을 돌면서 미세먼지 농도와 대기오염물질 이동 경로, 온실가스 배출량, 기후변화로 인한 지표 변화 등을 촬영합니다. 도와 정부, 연구기관은 이 데이터를 공동으로 활용해 정밀한 미세먼지 예보와 도시 열섬 분석, 재난 예·경보 시스템을 갖추게 됩니다.

도는 기후위성 2~3호기를 내년에 순차적으로 발사해 기후·환경 모니터링 체계를 완성할 예정입니다. 온실가스 감축, 도시·산림·농업 분야 기후변화 평가, 재난 대응 정책 수립에 활용할 방침입니다.

기후위성 발사를 앞두고 수원시 광교의 경기신용보증재단 도민쉼터에 마련된 임시상황실은 도민에게 개방됩니다. 이곳에선 실제 크기와 동일하게 제작된 위성 모형과 발사 영상 등이 공유됩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SNS 캡처 ◆ ‘뉴 ABC’ 구상의 핵심 사업…기후·환경 정밀 데이터 수집

이번 위성 발사와 궤도 안착까지 도 관계자들은 남모르는 속앓이를 했습니다. 당초 1호기는 지난 12일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업무 일시 정지)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미 연방항공청(FAA)이 인력난을 겪으며 차질을 빚었습니다.

다시 현지 사정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20일, 21일, 27일로 세 차례 변경된 발사는 29일로 또다시 미뤄진 뒤 가까스로 성사됐죠.

경기기후위성 1호기는 김동연 지사가 제시한 ‘뉴 ABC’ 구상 가운데 기후·환경 데이터를 담당하는 핵심 사업입니다. 도내 온실가스·기후위기 대응 정책 수립을 뒷받침할 목적으로 개발됐습니다.
지난해 8월 경기도청에서 열린 ‘뉴스페이스 시대, 기후위성 포럼’ 행사에서 김동연 지사와 과학커뮤니케이터 궤도, 도 관계자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김 지사는 “위성으로 수집한 데이터는 기후위기의 과학적 대응뿐만 아니라 기후테크 산업 육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경기도가 대한민국의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여는 우주의 동반자가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발사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선 “‘기’ 기똥차다, ‘후’ 후퇴는 없다, ‘위’ 위대하다, ‘성’ 성공하리!”라는 사행 시를 담아 1420만 도민의 염원을 대변했습니다. 이어 “경기기후위성 1호가 우주 궤도에 안착했다. 도민의 염원도 위성에 함께 담겨 올라갔다. 우주에도 경기도가 있다”고 적었습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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