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뺑뺑이 대신 승마·서핑… 아이들 ‘웃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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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뺑뺑이 대신 승마·서핑… 아이들 ‘웃음꽃’
서울교육청 ‘제주 농촌유학’ 호평 초등학교서 한 학기 동안 생활 생태체험 등 다양한 경험 기회 학부모 “자녀 만족에 정착 결정”
“서울에선 학원을 6개 다녔어요. 밤 7∼8시에 끝나 놀 시간도 없었는데, 이젠 학교 끝나면 바로 친구들과 놀러가요.”
지난 28일 제주시 구좌읍 평대초등학교에서 열린 참관수업. 3학년 오세은양은 까무잡잡하게 그을린 얼굴로 ‘평대생태탐험대’ 발표회에 온 부모님 앞에서 한 학기 동안 진행한 생태체험 결과를 발표했다. 교실 모니터에선 학생들이 평대 해변 연안습지 생물을 직접 관찰한 모습이 재생됐다. 영상 속 학생들은 말미잘, 무늬발게, 돌팍망둑, 달랑게 등을 직접 보며 연신 감탄했다.
28일 제주 평대초등학교에서 열린 참관수업에서 발표회를 진행 중인 평대생태탐험대 학생들. 최하진군(오른쪽 첫 번째), 오세은양(오른쪽 세 번째) 등은 서울에서 농촌유학프로그램을 통해 전학왔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오양의 학교 생활은 1학기까지만 해도 전혀 달랐다.

서울에 있을 때 오양은 매주 학원 6개를 다녔지만, 제주에선 좋아하는 수영 학원 1개만 다닌다. 남는 시간엔 학교 안팎에서 야외 활동을 즐긴다. 행복한 제주 생활은 서울시교육청의 농촌유학 프로그램 덕분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일정 기간 학생들이 농촌 학교로 전학해 자연과 마을을 경험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학생 수가 준 읍?면 지역 학교에선 학생 유입 효과까지 있다. 평대초 전교생 74명 중 10명이 농촌유학생일 정도다.
제주 평대초등학교에서 평대생태탐험대 프로그램을 통해 연안습지를 관찰하고 배우는 학생들의 모습. 서울시교육청 제공 2021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참가 만족도도 높다.

상반기 전국 농촌유학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는 88.4%였다. 남매 4명이 함께 온 평대초 3학년 최하진군은 “학교가 끝나면 아빠와 학교 앞 바닷가에 설치한 통발을 보러 가곤 한다. 문어도 잡고, 스노클링도 한다”고 웃었다. 제주형 자율학교인 평대초는 승마, 서핑 등 다른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오양의 어머니는 “선생님들이 주말도 없이 열심히 프로그램을 기획해주신다.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2학년 이어진양은 학교에서 승마도 하고, 어머니와 주말마다 오른 오름이 벌써 14개라고 자랑했다. 이양의 어머니는 “내가 어릴 때는 시골 외갓집에서 여름방학을 보냈다. 자라면서 그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는데, 어진이는 양가 조부모님이 모두 서울 분이었다. 아이에게 자연을 벗삼아 노는 추억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주 평대초등학교에서 진행하는 승마 프로그램 모습. 서울시교육청 제공 서귀포시 성읍초에서 유학 중인 5학년 황채원양도 승마를 하고 싶어 제주로 온 케이스다. 황양은 “원래도 제주도를 좋아하고. 1년 살이를 계획하고 있었다. 꿈이 승마학원 선생님이라 더 편하게 승마할 수 있는 곳을 가고 싶어 제주도 1년살이를 생각하다 농촌유학 존재를 알고 바로 신청했다”며 “유학을 1년 연장했는데, 서울보다 제주 교육 환경이 나한테 더 잘 맞는 것 같다. 선생님이나 친구들도 다 친절해 적응 기간이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휴직 등을 선택했지만, ‘그럴 가치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도초에서 남매가 유학 중인 한 학부모는 “제주에 오니 주말마다 행사가 많고, 여름엔 바다를 찾느라 서울 살 때보다 더 바쁘다”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다음 학기도 연장하게 됐다”고 밝혔다. 제주시 송당초에 1학년 쌍둥이 자녀가 유학 중인 A씨는 “서울과 달리 이곳에서는 조금만 나가도 우도에서 배를 탈 수 있다. 학교가 일찍 끝난 날 날씨가 좋으면 바닷가도 갈 수 있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제주 평대초등학교에서 진행하는 서핑 프로그램 모습. 서울시교육청 제공 두 딸과 유치원생을 성읍초와 병설유치원에 보낸 또다른 학부모는 “서울에선 아이들이 과밀학급으로 지정된 학교에 다녔다. 성읍초 학생 수는 그 30분의 1 수준인데, 아이들이 30배는 더 행복해한다. 서울 집을 정리하고 정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역시 성읍초에 자녀를 유학 보낸 또다른 학부모는 “아이들이 생태 감수성이 풍부하게 자랐으면 했다. 와보니 ‘왜 이제 왔을까’ 아쉬울 정도”라며 “독서와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게 목표였다. 서귀포에 자기주도학습 센터가 있다. 1대1로 코칭을 받을 수 있고, 학교에서도 기본적인 지원을 잘 해준다. 두려움을 내려놓고 아이를 믿으면 된다. 선행학습보다 이곳에서 배우는 가치가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28일 제주 성읍초등학교에서 열린 벨롱벨롱 꿈자랑 발표회에서 전교생 58명이 모여 전통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서울시교육청은 전남, 전북, 강원, 제주에 이어 내년엔 인천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할 예정이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현재 6개월 정도 지원 가능한 예산을 1년 단위로 늘리고, 매년 1000명 정도가 유학을 경험할 수 있게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제주=차승윤 기자 chasy9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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