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각 해소”… 라면 한 그릇의 기적

글자 크기
“복지사각 해소”… 라면 한 그릇의 기적
충북 ‘충주시 나누면’ 주목 시민 누구나 무료 라면 제공 2곳 운영, 日 평균 120명 방문 소통창구 마련 위기가구 파악 7가구 긴급 복지 서비스 연계 고독사 예방 새 모델 기대도
“라면 한 그릇 먹으러 왔다가 말동무가 생겼어유. 이제는 라면보다 사람을 보러 와유.”
30일 충북 ‘충주시 나누면’에서 만난 60대 A씨는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집 안에만 머무르다 라면 한 그릇으로 사람을 만나고 삶이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누면에 라면을 먹으러 왔다가 이웃을 만나고 복지관의 도움으로 의료급여 수급자로 선정돼 건강을 회복 중이다.
충북 ‘충주시 나누면’ 기부 이어달리기 1호 참여자인 조길형 충주시장이 나누면에서 라면을 조리하고 있다. 충주시 제공 올해 3월 문을 연 충주시 나누면은 라면 공유 공간이다. 현재 충주종합사회복지관(1호점)과 충주시보건소복합복지관(2호점) 두 곳에서 운영 중이다. 이곳의 핵심은 ‘낮은 문턱’과 ‘익명성’이다. 충주 시민 누구나 별도의 등록 절차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증명서 없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런 개방적 접근성은 제도권 복지를 거부하거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발길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였다. 시는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차원을 넘어 날로 심각해지는 1인 가구 증가와 고독사 문제를 예방하는 새로운 ‘한국형 복지사업’이자 ‘치유의 식탁’으로 꼽는다.

실제로 지난달 기준 방문객은 1만7953명을 기록하며 일평균 120명이 찾는 소통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시는 이 공간 운영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 취약계층 42명을 발굴하고 이들 중 7가구에 사례 관리 및 응급안전안심 서비스 등과 연계하는 성과를 거뒀다.

나누면에는 특별한 소통 창구가 있다. 바로 ‘마음을 남겨주세요’라는 상자로 이용자들이 적어 넣은 고민을 전문가들이 확인해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연계한다. 시 관계자는 “누구의 눈치를 볼 것도 없이 자연스러운 방문과 만남 속에서 위기 가구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시의 나누면 사업 배경에는 1인 가구 증가가 있다. 시에 따르면 2022년 전체 주민 대비 42.5%(4만2850가구)였던 1인 가구 비율은 지난달 기준 44.8%(4만6896가구)까지 치솟는 등 1인 가구 시대에 접어들면서 고독사라는 사회 문제 예방을 위해서다. 한 충주지역 복지관 관계자는 “고립 가구 발견을 위해 주민이 편하게 드나드는 생활 속 거점공간이 필수적이고 나누면이 고독사 예방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누면의 힘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다. 초기 조성비를 제외하고 운영에 필요한 라면과 부식은 지역사회의 후원으로 채워진다. 지난 6월 조길형 충주시장이 시작한 ‘기부 이어달리기’ 열풍에 힘입어 현재까지 기부한 라면은 2만여봉지, 후원금은 500만원에 달한다. 지역 9개 업체와 협약을 맺어 김치, 단무지, 라면, 후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조 시장은 “작은 공간에서 시작된 변화가 공동체 회복 운동으로 확산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충주=윤교근 기자 segeyun@segye.com

HOT 포토

더보기